남편은 간-부인은 신장 기증 “결혼20년 선물로 봉사 선택”

  • 입력 2006년 6월 16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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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아산병원에서 간 이식 수술을 받은 조성현 씨를 부인 전형자 씨가 간호하고 있다. 김상운 기자
15일 서울아산병원에서 간 이식 수술을 받은 조성현 씨를 부인 전형자 씨가 간호하고 있다. 김상운 기자
“지금까지 함께 건강하게 산 것에 감사하는 뜻으로 기증을 결심했습니다.”

지난달 5일 결혼 20주년을 맞은 부부가 1주일 간격으로 신장과 간을 기증했다. 주인공은 강원 정선군 정선읍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는 조성현(46) 씨와 부인 전형자(45) 씨.

조 씨는 15일 서울아산병원에서 7시간 동안 간 이식 수술을 받았다. 수혜자는 B형 간염을 앓고 있는 46세 여성. 그는 병상에서 “제 자신을 위해서 장기를 기증하는 것이기에 내세울 것이 없다”고 말했다.

조 씨는 1993년 위의 75%를 잘라내는 위암수술을 받고 병실에서 TV를 통해 만성신부전증 환자의 사연을 봤다. 그는 건강을 되찾자 다른 이에게 건강을 나눠 주고 싶다는 생각에 장기 기증을 결심했다.

그는 2001년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를 통해 신장을 기증한 적이 있다. 이번 간 기증은 두 번째 장기 기증이다. 조 씨는 “봉사를 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 못 했는데 몸으로 다른 이들을 돕는다고 생각하니 행복했다”고 말했다.

부인 전 씨는 남편이 신장을 기증한 뒤 성격이 명랑하게 바뀐 것을 보고 장기 기증을 결심했다. 21일 같은 병원에서 신장을 떼어 주기로 한 전 씨는 “남편이 ‘내 뜻을 알아줘서 미안하고 고맙다’고 말해 함께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부부는 조 씨의 20년 근속휴가를 이용해 수술 날짜를 잡았다. 분식집을 운영하는 전 씨는 열흘 동안 가게를 쉬기로 했다.

고교 3년생인 둘째 아들 조영욱(18) 군은 “집안일은 걱정하지 말고 건강하게 돌아오시라”고 부모를 격려했다. 또 부부는 사후에 장기와 시신을 기증하겠다고 가톨릭대 의대에 약속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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