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뇌성마비 안형근 김상규씨 출판회

  • 입력 2006년 4월 25일 0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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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에 의지하지 않고는 거의 움직일 수 없는 중증 뇌성마비 문학도가 대학의 도움을 받아 글쓰기 공부를 하고 두 번째 작품집을 냈다.

충남 공주 동곡요양원에서 지내는 중증 뇌성마비 장애인 안형근(42) 김상규(40) 씨는 최근 배재대 국제교류관에서 ‘세상의 뒤란에서 말걸기(창과현 발행)’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뒤란은 뒤뜰의 방언이다.

300쪽 분량의 작품집에는 안 씨의 산문 46편과 김 씨의 시 67편이 실렸다. 장애를 떨쳐내기 위해 노력하면서 보통사람에게 들려주는 세상 이야기를 담았다.

배재대와 이들과의 인연은 대학 총학생회가 동곡요양원에 봉사활동을 갔던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행했던 당시 학생부처장 정문권(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장애에도 불구하고 요양원 내에서 ‘서풍’이라는 문학 모임을 조직해 토론을 하면서 글을 쓰는 이들의 열정에 감명 받아 글쓰기 지도에 나섰다.

이들은 손가락 사용이 어려워 손등으로 자판을 두드려야 하므로 A4용지 1장 분량을 쓰는데 며칠이 걸린다.

정 교수의 지원으로 2001년 첫 번째 작품집인 ‘하얀 바람이 내게 말을 걸어오면’(배재대출판부 발행)이 나왔고 각종 문학상을 받았다.

2002년에는 배재대 철학과와 국문학과에서 ‘철학과 사고훈련’, ‘문장 이론과 실기’를 청강해 ‘명예수료증’을 받았다.

안 씨는 “제 이야기가 절망스러운 아픔을 겪으며 사는 사람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시를 아름답게 꾸며준 배재대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배재대 정순훈 총장은 “우리 사회의 한 축인 장애우를 이해하고 지원하는 것은 대학이 추구해야 할 중요한 사명 가운데 하나이며 ‘크고자 하거든 남을 섬기라’라는 배재학당의 건학이념이기도 하다”며 “이들이 앞으로도 좋은 글을 많이 쓰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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