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경기도’ 4년간 지구 14바퀴…해외투자유치 성공

  • 입력 2006년 4월 8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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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청 투자진흥과 직원들이 공항에서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 김밥을 싸들고 다니다가 외국 공항의 보안검색에 걸려 압수당할 때도 많았다고 한다. 사진 제공 경기도청
경기도청 투자진흥과 직원들이 공항에서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 김밥을 싸들고 다니다가 외국 공항의 보안검색에 걸려 압수당할 때도 많았다고 한다. 사진 제공 경기도청
2003년 12월 신현용 씨는 경기 파주시 월롱면의 허허벌판에 온풍기를 켜고 앉아 있었다. 이 벌판은 LG필립스LCD의 LCD산업단지가 들어설 곳. 땅을 안 팔겠다는 주민들을 설득해 겨우 삽을 뜬 이곳에서 삼국시대 유물이 발견되면서 공사가 중단됐다.

신 씨는 유물 발굴 작업을 위해 7000평 땅에 비닐을 씌우고 온풍기로 꽁꽁 언 땅을 녹이는 참이었다. 하루라도 빨리 공사를 진척시키기 위해서였다. 신 씨는 경기도청 투자진흥과에서 일한다. 이곳을 거쳐 간 그의 동료는 100여 명. 이들은 2002년 7월 이후 지구를 14바퀴나 돌면서 해외 투자를 유치해 왔다.

이들이 끌어온 투자금액은 138억 달러(약 13조 원), 직간접적으로 창출된 일자리는 5만여 개에 이른다. 투자를 약속한 기업 가운데 56%가 실제 설비를 돌리고 있거나 공장을 짓고 있다.

10일에는 경기도가 투자 유치한 100번째 기업이 탄생한다. 외국 첨단기업 투자 유치에 나선 지 3년 9개월 만이다.

이날 프랑스 자동차부품 생산업체인 FCI는 1000만 달러를 투자해 경기 화성시에 공장과 연구개발(R&D)센터를 짓겠다는 양해각서(MOU)에 서명할 예정이다.

○ “당신들, 미쳤군요”

경기도 투자 유치 담당직원들의 해외출장 횟수는 두 달에 한 번꼴. 출장 갈 때는 노트북PC 2대와 프린터 2대, 잉크 카트리지 6개, 복사용지 1상자를 꼭 들고 나간다. 현지 비즈니스센터를 쓰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서다.

빡빡한 일정으로 평균 수면 시간은 고작 3시간. 한 번 나가면 3, 4개국을 도는 것은 기본이다. 1시(市) 1박(泊) 원칙으로, 열흘 출장에 비행기를 12번 타기도 했다.

팀원들이 꼽는 최고의 ‘지옥 출장’은 전화기 생산업체인 미국 엑세스텔사 방문길. ‘무박 3일’ 출장이었다. 3일 내내 비행기가 숙소인 일정을 보고 항공기 승무원이 “당신들, 미쳤군요”라고 했을 정도다.

LG필립스LCD가 대만과 한국을 놓고 투자처를 저울질할 때 밤 12시 넘어 건 전화에 한국 공무원들만 답한 것에 ‘감동’해 한국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는 일화도 전해져 온다.

○ 노조위원장도 “경기도로 오세요”

외국 기업들이 한국에 투자를 꺼리는 이유 중 하나는 강성 노조 문제. 경기도는 이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한국노총 경기지역본부 이화수 의장을 섭외해 해외출장에 동행시켰다. 이 의장은 “외국 기업이 들어와 일자리를 만들어 준다면 그것이 가장 중요한 노동운동 아니겠느냐”고 했다.

경기도 투자유치과 직원 7명은 7개 기업과 투자 MOU를 체결하기 위해 9일 파리로 떠난다. 이번 출장이 끝나면 투자유치 기업은 105개가 된다. 오가는 날을 빼고 4일 동안 이들이 들르는 도시는 7개, 기업은 8개다.

경기도에 투자한 주요 업체들
기업국가투자내용투자액(달러)
LG필립스LCD네덜란드LCD 산업단지 100억
스미토모화학일본편광필름 및 컬러필터 공장5억8300만
NEG일본TFT-LCD 글라스 공장2억7000만
델파이미국자동차부품 연구소 2200만
3M미국LCD 광학필름 공장 6000만
지멘스 VOD 오토모티브독일자동차 전장부품 공장 2억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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