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피플&피플즈/佛 古書 ‘제물포의 영웅들’ 번역 출간 이희환씨

  • 입력 2006년 4월 4일 0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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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일전쟁의 발단이 됐던 ‘제물포해전’은 치욕의 역사이지만 실상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일본과 러시아는 남의 땅에서 치른 전쟁을 ‘영웅의 서사’로 만들고 있지요.”

인천학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이희환(40·인천도시환경연대회의 집행위원장) 씨는 프랑스에서 100년 전 출판된 ‘제물포의 영웅들’이라는 고서를 발견해 최근 번역본으로 내놓았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작가인 가스통 르루(1868∼1927년)가 기자 시절인 1904년 9월에 발간했던 책.

가스통 르루가 프랑스 일간지 ‘르 마르탱’의 아시아, 아프리카 담당 특파원이던 1904년 4월 귀국길에 모래폭풍으로 수에즈운하에 발이 묶여 있던 러시아 수병을 5일간 선상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한다.

인천대 산하 인천학연구소의 연구위원인 그는 지난해 여름 인천 옛 자료를 수집하려고 인터넷 고문서를 뒤지다 우연히 이 책을 발견했다.

프랑스 인터넷서점에서 원본을 구입해 자신이 운영하는 출판사(작가들)에서 ‘러일전쟁, 제물포의 영웅들’이라는 제목으로 발간했다.

“국내에서 세 번째로 개항된 인천항은 구한말 세계열강이 세력 균형을 이뤘던 ‘중립항’이었기 때문에 각국 특파원이 많이 파견돼 있었습니다. 1904년 2월 8∼10일 일본 함대의 기습 공격으로 러시아 순양함 2척과 상선 1척이 인천앞바다에서 침몰됐지만, 러시아 수병들은 패전에 굴하지 않고 장렬하게 숨져 영웅 대접을 받게 됩니다.”

이 씨는 책 발간을 계기로 그동안 모아두었던 러·일전쟁 관련 사진, 엽서, 삽화를 10일까지 스페이스 빔(www.spacebeam.net·인천 남동구 구월동)에서 전시한다.

그는 50년 동안 주둔해있던 군부대가 2001년 9월 월미산에서 이전한 뒤 각종 개발계획이 발표되자 NGO활동을 본격화했다. ‘인천 문화를 찾아서’ ‘인천 개항장의 역사, 문화, 지리’ 등 인천을 연구한 책과 논문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이 씨는 “월미산에 러시아 추모비와 이민사박물관 등 여러 시설이 들어서려 하자 여러 시민단체가 ‘월미산 난개발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철회시켰다”며 “이 때부터 자연 환경적 관점에다 역사 문화적 시각을 결합해 인천의 도시문제를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2004년 8월부터 인천환경운동연합, 인천작가회의, 가톨릭환경연대 등 8개 단체로 구성된 ‘인천도시환경연대회의’를 이끄는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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