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고교 논술 클리닉]논술의 원리 ‘풀이하기’

  • 입력 2006년 3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어떤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을 논하라’는 논제가 나왔을 때 그 ‘문제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지 못하면 해결은커녕 단서조차 찾기 어렵다.

‘풀이하기’는 대상의 본질이나 기능 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다른 대상과 관련지어 생각하는 등 사고를 확장하는 활동이다.

풀이하면 ‘무엇인지’ 알게 된다.

고생물학과 비교해부학의 창시자인 프랑스의 조르주 퀴비는 1819년 “앞으로 새로운 포유류를 발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물론 성급한 판단이었다. 그가 살던 시대에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은 포유류가 발견되었던 것이다. 이 동물을 처음 본 사람들은 우선 ‘저게 무엇인가?’하며 한편으론 놀라고 다른 한편으로는 궁금해 했다.

이와 같이 ‘풀이하기’는 ‘무엇인가’하는 의문에 대한 답을 찾는 사고 과정이다. 그 무엇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일 때는 쉽게 답을 할 수 있지만 모르거나 낯선 것일 때는 요리조리 궁리하여, 즉 생각하여 그 정체를 밝혀내야 한다.

이 동물을 처음 보았을 때 사람들은 우선 그 특징이나 구성 요소 등에 주목하여 풀이를 시도했다. 그 결과 털이 난 젖먹이동물인데 새처럼 부리가 있다는 특징을 알아낼 수 있었다. 그 다음으로 부리 등 특정 부위들이 왜 그렇게 생겼을까 의문을 품었고, 이러한 의문이 이 동물의 여러 기관이나 부위들이 수행하는 기능 내지 역할에 대한 풀이를 가능하게 했다. 나아가 사람들은 각각의 기관이나 부위들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 비버의 꼬리와 비슷한 꼬리가 방향키와 같이 작동해 물속에서의 생활을 도와준다는 사실 등을 알아냈다. 그리고 이 동물을 다른 포유류나 조류와 관련 지어 생각해봄으로써 이 동물이 여러 다른 동물들의 부분을 모아놓은 듯한 희귀한 모습을 하고 있는 동물이며 진화론적으로 볼 때도 문제 있는 동물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 모든 과정이 낯선 동물이었던 오리너구리에 대한 풀이의 역사이자, 낯선 것의 정체를 밝혀가는 일반적인 사고 과정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풀이하기는 ‘무엇인가’하는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구체적인 것이든 추상적인 것이든 간에 ‘무엇인가’ 하는 의문에 대해 답을 하려면 대상의 본질과 역할, 작동 양상에 주목하고 나아가 다른 것과 관련 지어 사고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양한 측면에서 대상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풀이하기란 대상의 실상이나 역할, 작동 양상에 주목하고 이를 더 큰 맥락에서 다른 것과 관련 지어 사고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 활용글

근대 사회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정치적으로는 국민의 참정권이 전제되는 민주정치가 구현되는 사회를 말한다. 참된 민주정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개인의 권리가 신장되고 국민 각자가 공동체 구성원의 하나로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사회적으로는 사회 각 계층의 평등한 사회를 뜻한다. 평등 사회의 출현은 지난날의 사회 체제를 붕괴시키고 피지배층이 속박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여 자유로운 인간이 되게 하는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 사회의 성립을 뜻한다. 즉, 산업 활동이 다양해지고 활발해지면서 누구나 자유로이 생산 활동에 참여하고, 풍부한 자본력과 전문적 경영 방식에 의하여 생산력의 증대가 추구되는 사회를 말한다. 사상적으로는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사고에 바탕을 둔 합리화의 추구를 뜻한다. 즉, 절대적인 가치 체계에 의한 불합리한 구질서에서 인간을 해방시켜 개인의 존엄성과 개인적 경험을 존중하는 사회를 말한다.

[고등학교 국사, 교육인적자원부, 133쪽]

■ 해설

이 글은 근대 사회의 의미를 네 가지 측면에서 풀이하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국민의 참정권이 전제되는 민주사회, 사회적으로는 사회 각 계층의 평등한 사회이며,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 사회의 성립을 뜻하며, 사상적으로는 합리화를 추구하는 사회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 글은 ‘근대 사회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에 대한 답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토대로 하면 특정한 시기, 예를 들면 조선 후기나 일제강점기 등을 근대 사회라고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낼 수 있다. 나아가 오늘날 일본 극우파들이 ‘일제강점기가 한국의 근대화에 초석이 되었다’라는 주장을 반박하는 근거로도 삼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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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에 나타난 ‘조용한 혁명’의 구체적인 내용을 풀이하고 (나)와 (다)를 토대로 하여 이러한 삶이 가능하기 위한 요소는 무엇인지에 대하여 논하시오.

■ 제시문

(가)

세속적인 삶의 목적이 지배적인 오늘날의 일반적인 추세 속에서도, 세계의 일각에서 이른바 ‘조용한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그것은 물질적 풍요와 생활의 안정을 1차적 관심사로 여기던 생활 방식에서 벗어나 점차로 삶의 질 문제로 관심이 옮겨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즉, 지적(知的), 심미적(審美的) 만족에서부터 사랑, 존경에의 욕구를 실현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는 사실이다. 종래에는 삶의 조건을 설명해 주는 객관적 지표―주택, 이웃, 건강, 경제 형편, 결혼, 자녀 양육, 집안일, 친구, 여가, 교육, 정부(政府), 직업 등―의 개선만을 삶의 목적과 깊이 연관시키려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자신이 얼마나 높은 수준의 삶을 누리고 그 속에서 즐거움을 찾느냐’하는 주관적 지표에도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점을 보아도, 삶의 목적에서 자아의 발견과 그 실현이 중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고교 교과서, 윤리, 교육인적자원부]

(나)

다운시프트(down shift)는 자동차 운전 시 저단 기어로 변속하여 속도를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삶에서의 다운시프트는 삶의 속도를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운전을 할 때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고 싶은 마음에 가속 페달을 밟는다. 하지만 목적지에 빨리 도착해 봐야 딱히 좋을 게 없다면 빨리 가고 싶은 생각은 사라지고 만다. 마찬가지로 삶에서도 굳이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면,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것에 대해 회의를 느끼게 된다. 그 결과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더라도 편안히 살고자 하는 욕구가 생겨나게 되며, 이러한 현상이 바로 다운시프트다.

국내에서 최근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진 것은 외환 위기 이후 ‘팍팍해진’ 삶에 사람들이 지쳐가기 때문이다. 즉, 수입이 많아져도 더 많은 지출을 요구하는 사회 구조, 일상화 구조 조정, 열심히 일해도 발전하기 어려운 저성장 시대와 같은 배경이 다운시프트 현상을 가져온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내의 경우, 지난 몇 년 사이 다운시프트 개념에 해당되는 삶의 방식에 대한 관심이 급속히 높아졌다.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조화로운 삶’, ‘소박한 밥상’ 같은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다운시프트와 상당 부분 유사성을 지니고 있는 ‘참살이(웰빙)’ 열풍이 불었다.

그러나 다운시프트를 희망하는 것과 다운시프트 족이 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많은 사람들이 다운시프트에 관심은 있지만, 실천에 옮기지는 못하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가족이다. 자신이 다운시프트 족의 생활을 원한다고 하더라도, 가족이 그러한 라이프 스타일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LG 주간 경제, 다운쉬프트(Downshift) 족, 2004.3.3]

(다)

개미는 여름 내내 부지런히 일하여 많은 먹이를 장만해 겨울 내내 굶주리지 않고 잘 살았다. 그러나 베짱이는 개미가 일할 동안 일하지 않고 노래만 부르다가 겨울에 먹을 것이 없자 개미를 찾아간다. 그러나 개미가 거절하고 주지 않자 굶어 죽었다.

[이솝 우화, 개미와 베짱이]

■ 유의사항

1. 개인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으로 구분하여 제시할 것.

2. 본론에서 (나)의 ‘다운쉬프트’적인 삶과 관련되는 양상을 제시할 것.

3. 띄어쓰기를 포함하여 1400자 정도로 쓰시오.

■ 논제

다음 글을 토대로 인간의 욕망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조절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논술하

시오.

[제시문은 이지논술 3월 14일자 10면 또는 이지논술 사이트 참조]

■ 학생글

이진기·경기 남한고등학교 2학년

①【욕구가 무엇을 얻고자 바라고 원한다는 뜻이라면 욕망은 그러한 본능적 욕구에서 좀 더 욕심을 낼 때의 마음상태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의 삶에서 욕구와 욕망은 인류의 역사, 고뇌, 타락 등을 만들어 냈다.】

②【중세시대에 교황 그리고리 7세와 황제 하인리히 4세와의 다툼이 그 좋은 예이다. 서임권을 둘러싸고 벌어진 카노사의 굴욕은 단순한 욕구의 문제가 아니다. 권력획득을 위한 교황과 국왕의 욕망이 그들을 갈라놓게 만든 것이다. 이처럼 욕망은 욕구와는 달리 불필요한 욕구가 누적 되었을 때 생길 수가 있다. 욕망을 자제하고 다른 긍정적인 현상에 전력 질주 할 때 욕망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가 있다.】

③ 욕구와 욕망은 여러 면에서 유사한 점이 많다. 우선 욕망은 욕구에서 갈라져 나온 것이며 그 때문에 욕구와 욕망 모두 어떠한 것을 추구하고자 하는 마음이라고 할 수 있다. 제때에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것,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 등의 마음은 욕구이다. 그 때문에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는 보편적 현상이다. 반면에 욕망은 욕구와는 달리 개개인마다 특수성을 지닌다. 더 좋은 기능을 가진 전자제품을 갖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우수한 수학적 머리를 가지길 원하는 사람도 있다. 즉, 욕망은 사람마다 가치관, 문화,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 등에 의해 특수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④ 욕구와 욕망은 인간으로서 한번쯤은 느껴본 적이 있는 반면에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욕구를 충족하는 것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당위성에 속한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욕구를 충족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하지만 욕망은 사람마다 지니는 가치와 강도가 다르기 때문에 당위성을 가지지 못한다. 그러므로 욕망은 사람들에게 일종의 경계심을 가지게 한다.

⑤ 욕망은 지향해야 할 가치는 아니다. 욕망은 그 자체로써 인간이 가질 수 있는 하나의 본능일 뿐이다. 욕망을 충족하는 것은 욕구와 마찬가지로 인간에게 쾌락과 즐거움을 제공한다. 다만 욕망을 충족하되 적당한 절제가 필요할 뿐이다. 욕망을 한 없이 채우려는 행위는 인간에게 좌절감과 허무감을 채워줄 뿐이다. 그 때문에 욕망을 절제하는 방법과 그것을 시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⑥ 욕망을 절제하는 데에는 우선 자신의 목표확립을 확실히 하여 그 목표를 향해 매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욕망에 대한 욕심을 줄일 수 있다. 둘째로는

⑦ 지난 역사를 통해 욕망이 인간에게 준 재앙을 알 수 있다. 즉, 과거를 되짚어 봄으로써 욕망에 대한 집착을 반성하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다. 예를 들면 16세기 조선을 이끌어가기 시작하던 붕당은 상호견제를 통해 서로의 성장을 자극하던 초기의 붕당에서 후기에 서로를 이간질 하고 권력획득에 대한 욕망이 가득 찬 붕당으로 변질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⑧ 과거에서 욕망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취하고 자신의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욕망을 자제하는 동시에 욕망을 이루고도 떳떳한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는 방안이다.

■ 첨삭지도

이 글의 핵심 논제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인간의 욕망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조절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이 두 가지 논제를 조건에 부합하도록 써야 한다. 즉, 이 글을 쓰기 위해서는 핵심 논제 두 개, 조건 세 개를 만족시켜야 하는데 이 중에서 한 개라도 빠지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이진기 학생은 이 조건에 대체적으로 만족하게 답변하고 있다. 첫 문단에서 ①은 어휘에 대한 개념 규정을 하고 시작하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예상할 수 있으나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명료하지 못해서 오히려 읽는 사람에게 혼란을 준다. 특히, 욕망을 ‘욕심을 내는 상태’라고 말한다면 욕구, 욕망과 유사한 또 하나의 단어가 등장함으로써 혼란만 더욱 커질 것이다. 오히려 ②로 시작하거나 이 내용을 포괄할 수 있는 개념 정의로 시작했다면 글은 더욱 정확하고 명료했을 것이다.

② 적절한 비유를 통해서 욕구와 욕망을 이해하기 쉽도록 진술했기 때문에 매우 잘 쓴 논술에 해당한다. 이 글은 자신의 주장이 구체적인 예로써 전달돼 글이 명료하게 서술되고 있다.

③ 불필요한 어휘와 표현이 많다. ‘욕구와 욕망은 어떠한 것을 추구하고자 하는 면에서 매우 유사하다.’로 고치자. 글을 쓸 때 너무 자세하게 표현하려고 하면 불필요한 표현을 하게 된다. 특히 접속사를 지나치게 사용하면 중계방송 식의 글이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접속사를 사용할 때는 일관성이 떨어지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④ 욕구와 욕망은 ‘한 번쯤 느껴 보는 감정’이 아니다. 일상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감정이다. 글을 습관적으로 쓰게 되면 아주 기초적인 부분에서도 실수를 하게 된다. 이러한 사소한 실수로 자신의 글에 흠을 내지 말자.

⑤ ⑥ 문단을 나누어 써야 한다. 특히, 두 문단에서 서술하고 있는 내용이 두 가지 핵심 논제에 대한 내용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문단 나누기에서 형식단락을 크게 고려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내용 단락은 일관성이나 체계성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문단 구성에 신경을 써야 한다.

⑦ 이 문장은 욕망을 절제(조절)하는 방법을 나타내는 문장인데 표현이 잘못됐다. ‘지난 역사를 통해 욕망이 인간에게 준 재앙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로 고치자.

⑧은 ⑤ ⑥과 반대로 문단을 나누지 말아야 한다. 두 가지의 욕망의 조절 방법을 강조하고자 반복하여 언급하며 결론을 내리는데 굳이 문단을 나눌 필요는 없다.

이 글은 주어진 조건과 논제에 알맞게 잘 쓴 논술이다. 또한 서술한 내용이 주어진 제시문을 요약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재구성하거나 배경 지식을 활용해서 쓴 글이어서 더욱 좋다. 많은 학생이 제시문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나 배경 지식의 적용을 잘못해 핵심 논제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글은 그렇지 않다. 다만 문단 구성과 접속사의 활용 능력이 떨어져 일관성이 부족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석록 대치메가스터디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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