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장관,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법원판결 공개비판

  • 입력 2006년 3월 23일 17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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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千正培) 법무부 장관은 23일 "대우그룹 분식회계의 규모가 미국 월드컴에 비해 훨씬 컸지만 사장 한 사람이 5년형을 선고받은 게 고작이었다"며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법원의 판결을 공개 비판했다.

천 장관은 사단법인 '희망포럼'이 '유전무죄 전관예우 청산과 시장경제 바로 세우기'라는 주제로 마련한 토론회에 참석해 격려사를 통해 "지난해 미국에서는 110억 달러 규모의 분식회계를 한 월드컴 최고경영자에게 25년형의 중형이 선고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런 관대한 법집행이 신뢰 상실의 원인이 되어 우리 기업과 경제를 병들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41조원대의 분식회계와 9조원대의 불법대출 혐의로 기소된 대우그룹 관계자 가운데 강병호(康炳浩) 전 (주)대우 사장에 대해 징역5년을 선고하고, 나머지 임직원 7명에 대해선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천 장관은 "최근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새삼 세간의 유행어로 떠올랐다"며 "몇몇 대형 경제사범에 대한 처벌이 미온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이 계기가 된 듯하다"고 지적했다.

천 장관은 "거대 경제권력의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며 "경제양극화로 인한 서민들의 고통에 사법양극화가 고통을 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천 장관의 발언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미국과 한국 내 기업 문화나 법원의 양형 기준이 다른 상황에서 무조건 해외 처벌 기준을 잣대로 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법원이 입장을 밝힐 사안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조용우기자 woogija@donga.com

정효진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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