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이사람/‘뺑소니 검거왕’ 천안署 명승제 반장

  • 입력 2006년 3월 23일 08시 14분


지난해 2월 28일 밤 충남 천안시 용곡동 도로에서 김모(53) 씨가 뺑소니사고로 숨졌다.

현장에는 차량 부속품 하나 남아있지 않았다.

가족은 망연자실했다. 단서가 없었지만 천안경찰서 뺑소니전담반 명승제(明昇濟·52·경사) 반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범인의 차량이 피해자를 밟고 지나간데 착안해 김 씨의 옷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냈다. 검사 결과 눈에 보이지 않는 타이어 자국이 적외선카메라를 통해 나타났다.

용의 차량은 4∼5t 트럭. 그는 이를 단서로 천안시내 운송업체와 화물업체 트럭 223대를 조사해 돼지사료 운반업체 기사가 사고를 저지른 사실을 6개월 만에 밝혀냈다.

“가족들이 찾아와 눈물을 흘리며 고맙다고 했지만 오히려 미안했어요. 하루라도 빨리 망자와 가족의 한을 풀어줬어야 했는데….”

명 반장은 뺑소니범에게 ‘죽음의 사자’다. 그가 이끄는 뺑소니전담반은 2001년 뺑소니범 검거율 88.2%로 전국 경찰서 중 1등을 차지했다.

해마다 80∼90%의 검거 실적으로 지금까지 부동의 1위.

지난해에는 200건 가운데 180건(90%)을 해결했다.

이 가운데 사망사고 10건의 범인을 모두 붙잡았다.

“뺑소니범 검거는 퍼즐 맞추기 같아요. 흩어진 단서를 모아 하나하나 꿰맞추죠. 끈기와 집념, 노하우가 모두 필요해요.”

명 반장은 2001년부터 5년간의 전담반 활동을 통해 자신만의 수사기법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정비업체, 운송업체, 견인업체와 거미줄 같은 네트워크를 만들어 수사에 활용한다.

대리운전 업체나 기사들과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한다.

명 반장은 “가끔 수사의 진척이 없어 막막할 때면 망자의 원혼을 떠올려 심기일전 한다”며 “뺑소니범은 반드시 잡히기 때문에 사고를 내면 도망치기보다 응급조치부터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2일 서울 영등포구 63빌딩에서 한국교통장애인협회가 주관하는 제9회 교통 정의상 시상식에서 ‘뺑소니범 검거왕’ 상을 받았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