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 없는 입’만으로 국민연금 풀수있을까

  • 입력 2006년 1월 6일 03시 03분


국회 무단출입 문성근씨와 어깨동무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며 농성에 돌입한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왼쪽)이 농성장인 국회 본회의장을 찾은 탤런트 문성근 씨와 정겹게 얘기하고 있다. 2002년 대선 당시 노 후보 지지 활동을 벌였던 문 씨가 이날 본회의장에 들어가서 일반인 출입을 금지한 국회 규정을 어겼다는 야당의 비난을 받았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국회 무단출입 문성근씨와 어깨동무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며 농성에 돌입한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왼쪽)이 농성장인 국회 본회의장을 찾은 탤런트 문성근 씨와 정겹게 얘기하고 있다. 2002년 대선 당시 노 후보 지지 활동을 벌였던 문 씨가 이날 본회의장에 들어가서 일반인 출입을 금지한 국회 규정을 어겼다는 야당의 비난을 받았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유시민(柳時敏)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는 정치권의 거센 반발 못지않게 ‘현안 해결’이라는 까다로운 과제와도 맞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제도개혁, 저출산과 고령화 대책, 사회 양극화 해결 등 굵직굵직하고 민감한 현안들은 각 이익집단의 이해관계와 복지행정에 대한 국민의 불신 등이 난마처럼 얽혀 해결이 쉽지 않다.

유 내정자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청와대의 견해대로 과연 ‘복지부의 당면 현안을 원활히 처리해 나갈 적임자’인지 가려질 전망이다.

현재까지 유 내정자가 가장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분야는 단연 국민연금 제도개혁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활동했던 그는 국민연금과 관련한 입법을 두 차례 발의할 정도로 이 분야에 많은 힘을 쏟아 왔다.

그의 개정안에는 노인과 여성층 등을 배려하는 내용이 일부 포함됐지만 전체적으로 현행 기금운용 관리체계 개편과 보완에 초점을 맞춰 정부안과 큰 차이는 없다.

그러나 노무현(盧武鉉) 정부 출범 이후 김화중(金花中) 김근태(金槿泰) 전임 장관들이 2002년부터 매년 상정된 국민연금법 개정안 통과에 전력투구했지만 결국 해결하지 못한 채 물러나야 했다.

2047년 기금이 바닥날 것으로 예상되는 국민연금은 국민이 현재보다 ‘더 내고 덜 받는’ 방식 외에는 해법이 없는 형편이다.

어떤 방향으로 제도가 바뀌든지 국민의 추가 부담이 뒤따라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여야를 떠나 정치권 모두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것’이나 다름없는 이 법안의 처리에 난색을 표명해 왔다.

유 내정자가 과거 여러 차례 야당 등을 비난한 전력도 대타협을 이끌어 내는 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2004년 국민연금관리공단 국정감사장에서 그는 “국민연금이 출범하던 1988년 당시 보험료율은 3%였는데, 전문가들은 이것이 지킬 수 없는 약속이라는 것을 다 알았다” “김영삼(金泳三) 정부 때도 시정조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가 보험료율을 현행 월 소득의 9%에서 2030년 15%대로 단계적으로 늘리고, 연금 수급액은 현행 평생 소득의 60%에서 50%까지 낮추려는 데 대한 국민 반발을 희석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심각한 저출산 고령화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출범한 고령화사회특별대책위원회의 정상 가동과 빈부격차 심화 등 갈수록 악화되는 사회 양극화 문제, 중국산 김치 파문에서 불거진 식탁안전 문제 등도 발등의 불이다.

시기적으로는 서울대 황우석(黃禹錫) 석좌교수 연구팀 파문으로 표류 중인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아야 할 상황이기도 하다.

그러나 유 내정자는 황 교수팀 파문 당시 “부당하게 과학자 조지니까 방송국이 흔들흔들하는 것” 등의 발언을 한 것이 부메랑이 되어 사태 해결을 어렵게 할 가능성이 있다.

양삼승(梁三承) 생명윤리심의위원장이 황 교수의 대국민사과 기자회견문 수정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나 최근 사퇴함으로써 신뢰성에 엄청난 상처를 남긴 데 이어 유 내정자의 이런 발언까지 겹쳐 복지부의 입장 정리에 난항이 예상된다.

돌출 발언과 튀는 언행을 일삼는 유 내정자가 정치권과 국민의 협조가 필수적인 이런 현안을 어떻게 풀어 나갈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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