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관 백태…휴대폰 벨 울리고 수학시험에 지우개 회수

  • 입력 2005년 11월 30일 15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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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장 휴대금지품목 핸드폰, MP3등. 자료사진 동아일보
시험장 휴대금지품목 핸드폰, MP3등. 자료사진 동아일보
대학수학능력시험 감독관의 미숙함을 고발하는 글이 인터넷에 줄을 잇고 있다.

30일 교육부와 한국교육평가원, 대형 포털게시판에는 “감독관의 부주의로 억울하게 피해를 입었다”는 수험생들의 다양한 글이 오르고 있다.

수험생들은 “교육부는 학생들의 잘못만 탓하고 감독 교사의 미숙함에 대해서는 모른 체 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수리I시험에 ‘지우개’ 쓰지 말라= ‘김영훈’은 한국교육평가원 게시판에 “제 2교시인 수리탐구 영역 시험에서 감독관으로부터 ‘지우개는 쓰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글을 남겼다.

인천의 부평공업고등학교에서 시험을 치른 그는 “감독관에게 ‘수학 시험에서 왜 지우개를 못 쓰게 하느냐’고 항의하자 감독관은 ‘부정행위 발생이 심해서 그렇다. 지우개를 전부 제출하라’고 말했다”며 “이로 인해 해당 시험실의 학생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지우개를 포함해 연필, 컴퓨터용 사인펜, 답안 수정용 수정테이프, 시각표시만 부착된 일반시계 등을 휴대 가능 물품으로 규정한 바 있다.

그는 “감독관의 어이없는 실수 때문에 몇 년간 준비했던 대입 시험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며 “교육청과 평가원은 감독관을 똑바로 교육하라”고 요구했다.

#감독관의 휴대전화 벨 울려= 듣기평가시간 중에 감독관의 핸드폰이 울리기도 했다.

‘이보미’는 “영어듣기평가 시간에 감독관의 휴대폰 벨이 울려 한 문제를 놓쳤다”며 “가채점 결과 당연히 해당 문제를 틀렸고 수능 성적 등급이 하나 내려간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험이 끝날 때쯤 항의하자 감독관으로부터 ‘어디 가서 이 얘기는 하지 말라’는 어이없는 답변만 들었다”고 밝혔다.

또 그는 “학생들이 수능 부정행위를 못하도록 지침을 만들어봤자 시험 감독관이 이를 숙지하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의정’도 “사회탐구영역시간에 감독관의 휴대전화 벨소리를 들었다”며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선생님들이 어떻게 그렇게 허술하게 감독할 수 있느냐”고 따졌다.

#아날로그 시계까지 회수해= 경기도 평촌중학교의 일부 감독관들은 수험생들의 아날로그시계를 회수해 반발을 사기도 했다.

감독관들은 외국어영역 시험 직전 전자시계를 포함해 초침이 있는 아날로그시계를 모두 거둬들인 뒤 시험이 끝나자 ‘아무런 이상이 없다’며 다시 나누어 주었다.

해당 시험장의 수험생들은 포탈사이트 게시판마다 “시험 시간을 확인할 수 없는 상태로 시험을 치르게 돼 불이익을 봤다”고 항의 글을 남겼다.

일부 누리꾼들은 “공정한 시험을 진행할 수 있는 전문요원을 양성해야 한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김성환’은 “국가는 감독관들에게 시험 규칙을 충분히 숙지시켜야 한다”며 “전문적인 기관을 만들어 공정한 시험을 진행할 수 있도록 감독들을 교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수연 동아닷컴 기자 s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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