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5년 11월 10일 03시 02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이 시장과의 인터뷰는 서울시청 간담회장에서 9일 오전 9시부터 1시간 40분가량 진행됐다. 본보에서는 정치부장과 정치전문기자, 사회부 차장과 경제부 차장이 패널로 참석했으며 이 시장 측에서는 김병일(金丙一) 서울시 대변인과 이춘식(李春植) 서울시 정책특별보좌관 등이 배석했다.
○ CEO형 리더십이 필요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대에 머물고 있는데….
![]() |
“1만 달러 시대에 10년째 정체돼 있는 나라는 별로 없다. 3만 달러 시대를 빨리 열어야 한다. 통일 대비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여기서부터 모든 것이 풀리고 지역감정도 풀린다.”
―3만 달러 시대가 가능할까.
“리더에 따라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인터넷 정보기술(IT) 산업 시대가 왔으니 굉장히 빠른 시기에 가능하리라고 본다. 누가 리더가 되느냐에 따라 다음 대통령 임기 내에도 가능할 것이다.”
―어떤 리더를 말하나.
“통합, 정직함은 리더의 기본이다. 그러나 그것만 가지고 나라가 되나. 최고경영자(CEO)형 리더십이 돼야 한다. 지도자는 비전이 확고하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경륜과 국제 감각을 갖춰야 한다.”
―현 정부의 국가경영 능력을 어떻게 보나.
“일은 우선순위를 가려 해야 한다. 그런데 이 정부는 그냥 일을 너무 많이 벌인다. 한꺼번에 일을 벌여 놓고 돈이 모자라니까 세금을 올린다. (나는) 서울시 가용 예산을 한 해 20%(8000억 원) 줄여 재정을 흑자로 만들고 부채를 반으로 줄였다. 현 정부는 빚 134조 원을 안고 시작했는데 임기 말이 되면 300조 원으로 늘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도 할 일은 해야 하지만 자구 노력을 해야 한다. 방만하게 국가를 경영하면서 세금을 내라면 국민이 납득하겠나. 예산구조는 차이가 있지만 서울시 실적으로 볼 때 정부의 가용 예산도 대략 10조 원까지 줄일 수 있다고 본다.”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다.
“국가가 미래산업만 지향하면 고용문제 해결 못 한다. 적절히 미래산업과 제조업 서비스업 등을 균형적으로 발전시켜야 할 책임이 있다. 대기업 고용 비율이 8%에 불과하다. 자영업이나 소상인 그룹이 50% 차지한다. 종업원 4∼10명 고용하는 소상공인이 전국에 280만 명 가까이 된다. 이들이 1명을 더 쓰면 일자리가 200만 개 이상 늘어난다. 국가의 일자리 정책을 어디에 둬야 하겠나.”
○ 수도분할은 포퓰리즘
―행정수도 이전 및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에 반대했는데….
“한나라당은 표 의식해서 반대했다 밀었다 했지만, 지도자는 양보할 게 있고 안 할 게 있다. 국가적 이슈로서 국가 전체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면 포퓰리즘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부는 수도를 전부 옮기려고 2200만 평의 땅을 사겠다고 했는데 이제 수도 일부만 옮긴다면서도 그 땅을 다 산다고 한다. 1만2000명의 공무원이 가려면 빌딩 2개만 있으면 된다. 국가 재정이 어려워 세금까지 올리겠다면서 그렇게 하는 것은 나쁘다.”
―빌딩 2개만 지으면 된다는 것인가. 아니면 행정부처 이전 자체를 반대하나.
“노무현 대통령이 쓴 책(‘노무현의 리더십 이야기’)에도 행정 부처는 국회와 청와대 사이에 모여 있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돼 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어떻게 보나.
“서울의 강남 한 곳만 놓고 대한민국 투기를 막는 정책을 만들면 부작용이 더 많다. 강남은 강남으로 다스려야 한다. 어느 나라나 특정한 투기지역이 있다. 특수 지역 생각해서 전국토를 규제하는 법안을 만드니까 부작용이 많다. 혁신도시다 뭐다 해서 10군데 만들어 땅 사들이면 그 보상비가 얼마냐. 또 땅을 정부에 판 뒤 그 돈으로 1년 안에 다른 땅을 살 때는 세제 혜택이 있다. 판교 땅 판 돈 2조4000억 원이 갈 데가 없으니까 다시 강남에 투자한다. 정부정책이 미숙하다는 사례다.”
―이 시장의 뉴타운 정책을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서울시 교통체계 개편도, 청계천 복원 공사도 반대하는 사람이 많았다. 옳다고 생각하면 밀어붙이는 추진력도 필요하다. 강남 대책을 나는 이미 강북(뉴타운 개발 등)에서 찾았다. 서울 문제는 서울에서 해결해야지, 서울 문제를 전국으로 해서 법 만들면 문제가 어려워지고 현실성도 없어진다.”
○ 지금이 어느 때인데 좌파이념인가
―현 정부의 대미정책에 대해서는….
“미국은 왜 신세진 사람이 배신하느냐고 생각하고, 한국은 늘 보호받다가 아이가 자라면 부모에게 발언권을 갖는 것처럼 대등한 관계를 원한다. 이는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무엇보다 실리외교가 중요하다. 이념적 개념으로 친미나 반미로 가면 어리석다. 전시작전권 환수 논란, 자주국방 논란 모두 실리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의 국가정체성 문제 제기는 타당했다고 보나.
“체제 경쟁은 대한민국에서도, 세계에서도 검증됐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좌파 이념을 갖고 대한민국 정체성을 흔드나. 그걸 흔드는 세력은 시대착오적인 자들이다. 야당으로서 당연히 제기할 만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교육이 문제되고 있다.
“전교조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반대는 시대의 추세인 세계화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전교조도 시대 변화에 따라와야 한다.”
―정부의 대학입시 3불 정책(기부금 입학, 본고사, 고교등급제 금지)에 대해서는….
“20년 전에 대학입시를 자율에 맡겼으면 망하는 대학, 잘하는 대학이 시대 변화에 따라 구분되고 잠시 혼란은 있었겠지만 지금 정리됐을 것이다. 나도 어렵게 자랐지만 부자 하나 입학하는 덕분에 없는 사람이 공부를 더 할 수 있다면 그것도 대학이 판단해야 한다. 대학 스스로 너는 ‘3불’, 나는 ‘2불’ 하는 식으로 자율에 맡겨야 한다.”
○ 한나라, 야당 체질 아직 멀었다
―한나라당 박 대표와의 단일화는 필패라고 말했다는데….
“그게 아니고 둘이 함께 가는 것이 필승은 아니라고 한 것이다. 둘이 합쳐야 한다는 것은 필요조건이지 대선 승리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한나라당 대선 승리의 충분조건이 마련되려면….
“한나라당은 대표 중심으로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게 당의 습관으로 돼 있다. 관료화돼 있다. 다른 목소리 나오면 당이 깨지지 않을까 불안해하는 경향이 있다. 야당 체질이 아니다. 한나라당은 변화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
정리=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인터뷰 패널 명단
▽이진녕 정치부장
▽김동철 정치전문기자
▽하준우 사회부 차장
▽신연수 경제부 차장
■ 인터뷰 이모저모
![]() |
이명박 시장은 인터뷰 내내 자신감이 넘쳤다. 이 시장은 정치권에서 자신의 재산 문제가 거론되는 데 대해 “가난하게 사는 게 내 목표가 아니다. 깨끗한 부자가 되려고 해야 희망이 있고 열심히 사는 것이다”며 ‘청부(淸富)’ 논리를 폈다.
한나라당의 잠재적인 대선 경쟁자인 박근혜 대표에 대한 평가를 묻자 “어렵다…. (잘못하면) 큰일 나잖아. 계속 장점만 봐야지”라고 뜸을 들인 뒤 “영원한 경쟁자이자 협력자, 동업자다. 상당한 리더십도 있다. 다른 사람이 갖지 못하는…. 굳이 표현하라면 ‘아름다운 리더십’이랄까”라고 설명했다.
여성관을 묻는 질문에는 대뜸 “여성 편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옛날 운전사도 여자였고 아내에다 딸도 3명”이라며 여성의 능력을 추어올렸다. 이어 “바쁘다는 핑계로 가정을 소홀히 하면 바쁠 가치가 없다”며 “가정의 화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호를 ‘일송(一松)’에서 ‘청계(淸溪)’로 바꾼 이유에 대해 그는 “시장 취임 후 청계천 공사가 시작되기 전에 중국에서 유명한 80대 한학자가 와서 호를 바꾸라고 했다. 그때는 예사롭게 들었는데 청계천 완공 후 시민위원회에서 ‘청계’로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