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동서남북/‘S프로젝트’에 웬 ‘전라도 팔자’

  • 입력 2005년 5월 28일 0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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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담도가 완도 아래 쪽 어디 있는 섬입니까?”

27일 광주시청에서 만난 한 공무원은 전날 자 조간신문 내용을 거론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행담도 개발 의혹과 관련된 인사들의 해명이 못마땅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 정권 사람들이 언제부터 전라도 생각했습니까.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행담도 개발에 왜 전라도를 끌어 들이는 건지…”라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지방신문을 펼쳐 보니 한때 이 지역의 유일한 ‘청와대 파견주자’로 꼽혔던 정찬용(鄭燦龍) 전 인사수석의 말이 제목으로 뽑혀 실려 있었다.

‘전라도 팔자 고치는 일인데 S프로젝트 적극 도와야죠.’

행담도 개발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S프로젝트’의 'S'자도 들어 보지 못했던 광주 전남 지역민들은 의혹이 있는 것처럼 비춰지는 사안에 ‘전라도 팔자’ 운운하는 데서 감정이 상한 것이다.

2년 전 해남 영암 일대 영산강하구 간척지를 사업대상지로 하는 ‘J프로젝트’가 진행됐다고 했을 때도 주민들은 반신반의했었다.

‘J프로젝트‘와 비교하면 훨씬 규모가 적은 해남 화원관광단지 사업의 경우 한국관광공사가 주도적으로 추진해 왔지만 십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전남도가 연일 ‘개발 가시화’를 강조하고 지난 해 목포를 찾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이 지역에서 무언가 큰 판을 벌이겠다”고 발언하자 분위기는 말 그대로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한 마디로 “실현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지만 정부가 그토록 세게 밀어부친다고 하니 한번 믿어 보자”는 심정이었다.

그러나 며칠 전 ‘서남해안(south-west)’의 S인지 ‘싱가포르’의 S인지 도무지 헷갈리는 ‘S프로젝트’가 튀어 나오자 어리둥절해 하는 표정이다.

‘정권실세’를 자처하는 일부 인물만의 ‘S프로젝트’가 과연 전라도 사람의 팔자를 고쳐줄 ‘비방’으로 믿기지 않는 것은 기자 혼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갈수록 머리가 무거워지는 아침이었다.

김권 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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