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전교생 54명 청송 이전초교의 ‘특별한 야생화교육’

  • 입력 2005년 5월 12일 19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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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를 통해 꿈과 인성(人性)을 키워가는 초등학교.’

국립공원 주왕산 인근에 위치한 이전초등학교(경북 청송군 부동면) 교정에는 각종 야생화가 만발해 있다. 교내 화단을 비롯해 동쪽과 북쪽, 남쪽 울타리 등에 각각 조성된 꽃밭에는 현재 하늘매발톱과 금낭화, 구절초, 벌개미취 등 200여종의 야생화 5000여 포기가 널려 있다.

두메산골의 초등학교에 은은한 야생화 향기가 가득 차게 된 것은 지난해 3월 부임한 권점규(權占圭·56·여) 교장이 ‘야생화 가꾸기’ 운동을 적극 추진한 때문. 야생화를 좋아해 동호회를 만들고 전시회도 수차례 열었던 권 교장은 “어린이 인성교육에는 야생화 가꾸기가 무엇보다 좋다”며 경북도교육청과 청송군 등에 호소해 예산을 지원받아 교정에 야생화를 심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부터는 시멘트로 된 학교 담장 등을 허물고 학생과 교사들이 모두 참여해 폭 4∼5m의 ‘야생화 울타리’를 만들었다. 이들 야생화는 지난달부터 활짝 피기 시작해 학생들과 학부모, 인근 주민 등으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이 학교는 전교생이 54명에 불과해 학년당 학급이 1개뿐이고 교사도 교장을 포함해 11명인 미니학교. 교사들은 수업시간 등에 ‘꽃과 대화를 나누며 편지 쓰기’, 동시 짓기, 그림 그리기 등을 통해 학생들이 야생화에 좀더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고 있다.

3학년 김은영(9) 양은 최근 ‘봄꽃 금낭화에게’라는 편지에 “안녕, 금낭화야. 널 그냥 볼 때는 하트 모양처럼 생겼었는데 자세히 관찰하니 아니었어. 미안해 착각해서. 그리고 나도 너처럼 아름다웠으면 좋겠어. 네가 마음으로 비결을 말해줘”라고 적었다.

3학년 담임인 최원혜(崔元惠·40·여) 교사는 “이따금 학생들을 데리고 가 야생화를 관찰하도록 하고 꽃 이름도 가르쳐주고 있다”며 “일부 학부모는 ‘꽃이 만발한 교정에서 작은 음악회를 열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야생화 가꾸기 운동으로 지난해 교육부에 의해 교육과정 50대 과제 우수학교로 뽑힌데 이어 올해 3월 청송교육청으로부터 ‘푸른 숲 학교’로 선정됐다.

또 부동면사무소는 조만간 이 학교 인근에 ‘야생화 학교’라는 입간판을 설치할 예정이다.

이 학교 권 교장은 “야생화를 가꾸면서 학생들에게 ‘우리의 것’을 알게 하고 꽃과 관련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다 보면 어린이들의 마음이 더욱 순수해지고 아름다워진다”며 “야생화를 좀더 심어 교정을 지역의 야생화체험학습장으로 육성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성진 기자 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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