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100년]고려대 선후배 3인의 “내가 본 우리 학교”

  • 입력 2005년 5월 3일 16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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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영문학과 4학년 이윤진 씨와 고려대 권대봉 교수, 고려대 졸업생인 영화평론가 심영섭 씨(왼쪽부터)가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교정 내 잔디밭을 걸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안철민 기자
고려대 영문학과 4학년 이윤진 씨와 고려대 권대봉 교수, 고려대 졸업생인 영화평론가 심영섭 씨(왼쪽부터)가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교정 내 잔디밭을 걸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안철민 기자
《지난달 20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에 자리한 고려대 교정. 봄볕이 완연한 오후 1시경 캠퍼스 잔디밭으로 3명의 고대인이 함께 산책에 나섰다. 각자의 길을 걸으면서 ‘고대인’임을 자랑스러워하는 이들 3명에게서 봄볕처럼 따사로운 학교 사랑 얘기를 들어 봤다.》

권=무엇보다 학교를 위해 일하는 후배와 함께 얘기하게 돼서 기쁘다. 고대인의 자랑은 역시 ‘끈끈한 결속력’ 아니겠는가. 학생 때도 국가와 민족이라는 시대적 담론을 놓고 고대인이라면 누구나 함께 토론하고 논의할 수 있다는 점이 자랑스러웠다.

심=처음부터 너무 거창하긴 하지만, 사실 4·18의거 때부터 1980년대까지 이어져 온 ‘민족 고대’의 긍지가 컸던 건 사실이다. 지금도 동창들을 만나면 무용담처럼 그때를 돌이켜보는데, 사실 데모하느라 공부는 좀 소홀했다.(웃음)

이=외국에서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편이었다. 하지만 고대의 문화를 겪으며 배운 것이 많다. 홍보 도우미를 하다 보니 학생들과 얘기할 기회가 많은데, 물론 예전보다야 덜 하겠지만 재학생들도 고대인으로서의 긍지는 여전히 높다.

심=하지만 고대의 단결은 폐쇄적이지 않다. 다른 학교나 다른 문화를 포용하는 개방적인 풍조가 특징이다.

권=한 마디로 ‘용광로 같은 문화’라고 할 수 있다. 농담 삼아 고대 동문회를 한국의 3대 마피아 중 하나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사실 다른 대학 출신 교수 비율이 가장 높은 학교가 고대다. 최근엔 외국인 학생들도 많은데 설문조사를 해도 고대 학생들이 잘 도와주는 점을 가장 높이 평가했다. 일본인을 구하다 죽은 이수현 씨나 도둑의 뒤를 쫓다 사망한 장세환 씨 모두 고대 출신 아닌가.

이=고대에 오는 외국인 학생도 많지만, 최근 학교 교환학생이나 연수 프로그램이 너무 좋아졌다. 지난해 캐나다 UBC대학 3기로 다녀왔는데, 학교의 지속적 관리를 받으며 고대가 세운 기숙사에서 생활했다. 여기에 본교에서도 영어로 강의하는 수업이 많아 국제적인 감각을 기를 수 있다.

심=캠퍼스나 건물만 봐도 마치 미국 예일대를 방불케 할 정도로 분위기가 싹 바뀌었다. 재단과 동문회의 재정적 지원이 튼튼해 적극적으로 학교가 개발되고 있는 것 같다.

권=이 같은 발전은 이제 고대는 국내가 아닌 해외 유명 대학들을 경쟁상대로 생각하는 발상의 전환에서 비롯된 것 같다. 여기에 교양강좌를 모두 전임교수 이상급이 맡는 ‘핵심교양강좌’를 만들어 인문학적 풍요로움을 더했다.

심=그런 의미에서 학교에 부탁하자면, 이제는 고대가 문화적인 폭도 넓혀나가야 할 때라고 본다. 기존의 엘리트 문화 쪽으론 이미 상당히 발전했지만, 영화 등 대중문화 같은 방면도 풍부하게 키워야 한다. 고대가 배출한 ‘제2의 서태지’를 보고 싶다.(웃음)

권=전적으로 동감한다. 사실 체육 문화 예술계 인사들을 많이 배출하긴 했지만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전인적 교육에 힘쓰는 것이야말로 핵심교양강좌를 신설한 목표이기도 하다.

이=여전히 사발식을 하긴 하지만(웃음), 와인학 강의가 생길 만큼 문화가 변했다. 고대 100주년 와인도 인기가 굉장히 좋다.

권=고대는 ‘지성과 야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대학이다. 최근 학교도 여기에 문화적 ‘감성’을 얹으려 노력하고 있다. 학생들 역시 과거 막걸리를 마시며 한국 민중의 삶을 고민했던 풍조를 잃지 않되 와인을 마시며 세계를 생각하는 문화로 변해 가고 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참석자▼

△권대봉(權大鳳·교육 71학번)=고려대 교수. 미국 미시간주립대 ACE(HRD)-산업교육전공 박사, 교육인적자원부 주요업무평가위원장, 현 고려대 사범대학장 겸 교육대학원장

△심영섭(심리 89학번)=영화평론가. 고려대 심리학과 박사과정, 백병원 신경정신과 임상심리학 레지던트과정 수료, 현 고려대 학생생활연구소 1급 임상심리 전문가

△이윤진(李允眞·영문 01학번)=현 고려대 홍보 도우미, 4학년 재학

고려대를 빛낸 100명의 인물(가나다순·고려대 선정)
강만길사학52상지대 총장
강초현체교02사격 국가대표선수
구삼열행정61아리랑TV 사장
구본홍정외68전 MBC보도본부장
구자신경제61쿠쿠홈시스 사장
구자열경영72LS전선 부회장
길종섭신방65KBS 대기자
김남구경영83동원금융지주회사 사장
김석준경영71쌍용건설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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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진상학60유한화학공업 회장
김세호정외71철도청장
김수녕체교90올림픽 양궁 금메달리스트
김승유경영61하나은행장
김영기물리80미국 시카고대 교수
김영호불문66대한항공 사장
김용덕경영69관세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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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정외78청주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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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화학70금오공대 총장
김종빈법학67검찰총장
김준기경제67동부그룹 회장
김 홍철학70KBS 보도본부장
김 훈정외66소설가
노성대상학58방송위원회 제2대위원장
미해영체교89야구선수
문형남법학66한국과학기술교육대 총장
박규채농학58국립공원 고문
박용수철학65강원대 총장
박종구정치51삼구그룹 대표이사
박주영체교04축구선수
박지영컴교93벤처기업대상 컴투스 대표
배정충경영65삼성생명 총괄대표이사 사장
서영배경영79태평양개발 회장
선동렬경영81삼성 라이온즈 감독
성시경사회00가수
소 이중문98방송인
손미나서문92KBS 아나운서
손 숙사학58연극인
신동원화공76㈜농심 대표이사 사장
신동익경영79농심가 대표이사
신상석행정61한국신문협회 이사
안성호지질87에이스침대 대표이사 부사장
오세광경제64삼일회계법인 회장
오영교경영67행정자치부 장관
여운계국문58탤런트
원대연철학67전 제일모직 사장
류목현화공76LG IBM 대표이사 사장
유상옥상학55코리아나화장품 회장
유지담법학61대법관, 선거관리위원장
윤진석경영67서울산업대 총장, 전 산자부 장관
이계진국문66아나운서, 현 국회의원
이근웅법학65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이만득경영75삼천리그룹 회장
이명박경영61서울시장
이문양철학61ITV㈜경인방송 대표이사
이방주경제62현대산업개발 사장
이상일상학57일진 오토모티브 회장
이수동산공69미STG 대표
이승재법학72해양경찰청장
이웅렬화학80코오롱 회장
이은경체교91올림픽 양궁 금메달리스트
이재현법학80CJ그룹 대표이사 회장
이천수체교01축구선수
이학수상학65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이행우화학76벤트리 사장
이홍순물리78삼보컴퓨터 대표이사 회장
장두이국문70연극배우 겸 연출가
장인순화학58한국원자력 연구소장
전병관체교88올림픽 역도 금메달리스트
정덕희의학56한국여자의사회 회장
정몽규경영80현대산업개발 회장
정몽진경영79KCC금강고려화학 회장
정순균정외72국정홍보처장
정의선경영89현대자동차 기획총괄본부 사장
정장호경영59한국정보통신산업협회 회장
정지영불문67영화감독
정진철영문63㈜동유 회장
조남호상과69한진중공업 대표이사
조오련경영72수영선수
조우현사회64인천국제공항 사장
주선회법학56헌법재판소 재판관
주양자의학5217대 자민련 중앙선거대책위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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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근체교72축구선수, 해설가
최태원물리79SK그룹 회장
최희섭법학98미 야구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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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광수경영65삼양통상 회장
허준영행정73경찰청장
허창수상학67GS홀딩스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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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체교87축구선수
홍소자영문59대한적십자사 부총재
홍승용사학68인하대 총장
황영조체교94마라톤 금메달리스트
황용득산공74한화플라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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