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중독 아버지 숨지게한 여중생 일기 공개

  • 입력 2005년 4월 21일 01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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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술 먹고 학원에 찾아와서 나를 발로 차고 얼굴을 때렸다. 난 잘못도 안 했는데. 너무 창피하다. 내가 너무 불쌍하다.”(2005년 3월 10일 이모 양의 일기 중에서)

알코올 중독으로 상습적으로 폭력을 일삼아 온 아버지 이모(40·선원) 씨를 15일 목 졸라 숨지게 해 존속살인 혐의로 16일 구속된 여중생 이모(15·강원 강릉시) 양. 그의 속마음이 담긴 일기장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누리꾼(네티즌) 등을 중심으로 선처를 호소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20일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가 입수해 공개한 이 양의 일기장에는 아버지의 폭력과 술주정에 대한 원망이 빼곡히 담겨 있다.

이 양은 “도저히 아빠랑 살 수 없으며 아빠가 없으면 좋겠다”면서 “모든 걸 정리하고 할아버지 할머니와 살고 싶다”고 적었다.

경찰 조사에서 이 양의 친척들은 아버지 이 씨가 사건 당일에도 중풍을 앓는 할아버지(74)에게 폭력을 휘둘렀으며, 이 양의 어머니는 이 양이 태어난 지 100일 즈음에 아버지의 술주정과 폭력을 못 이겨 집을 나갔다고 진술했다. 이 양의 고모는 “이 씨가 4세 된 아이를 세탁기에 넣고 돌리는 바람에 간신히 생명을 구한 적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강릉경찰서 홈페이지 및 각종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는 선처를 호소하는 누리꾼들의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또 이 양의 담임교사를 포함한 교사 50여 명도 경찰과 법원에 탄원서를 냈다.

한편 ‘강릉 가정폭력 및 성폭력상담소’ ‘강원 동부 아동학대예방센터’ 등 4개 지역 시민단체는 18일 ‘이 양 구명대책위’를 구성하고 19일 이 양이 있는 강릉경찰서를 방문했다.

강릉=최창순 기자 cschoi@donga.com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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