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만 콕 찍어 늙게 해서 죽인다

  • 입력 2005년 4월 3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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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만 골라 노화시켜 죽이는 방법을 국내 연구진이 세계 처음으로 개발했다.

연세대 생물학과 정인권(鄭寅權·47) 이태호(李泰昊·49) 교수팀은 “인체 내 ‘MKRN1’ 유전자를 암세포에 투여했을 때 암세포가 성장을 멈추고 곧 늙어 죽는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3일 발표했다.

이 유전자는 몇 년 전 발견됐지만 작용 원리와 기능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정 교수팀은 인체에서 유방암과 자궁경부암 세포를 떼어내 한 달간 배양한 뒤 MKRN1 유전자를 투입했다. 그 결과 세포분열을 거듭하며 성장하던 암세포가 노화해 소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유전자가 암세포의 성장을 도와주는 효소인 ‘텔로머라아제’의 작용을 억제했기 때문. 텔로머라아제는 암세포에만 작용한다.

사람의 체세포는 46개의 염색체로 구성돼 있는데 각 염색체의 끝 부분은 ‘텔로미어’란 특수 보호구조로 돼 있다. 텔로미어는 세포분열이 진행되면서 계속 짧아진다. 그러다 더 이상 짧아지지 않는 ‘노화점’에 이르면 세포분열은 정지되고 늙어 소멸하게 된다.

그러나 암세포는 다르다. 텔로머라아제가 텔로미어를 노화점 아래로 짧아지지 않도록 보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암세포는 늙지 않고 계속 세포분열을 하며 다른 장기에까지 확산되는 것이다.

정 교수는 “이번 연구는 실험실에서 이뤄졌지만 쥐가 아니라 사람의 암세포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실제 치료법을 개발한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곧 실제 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될 임상시험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정 교수는 기대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생명공학분야의 권위지인 ‘유전자와 발생(Genes and Development)’ 최근호에 실렸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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