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학위장사' 억대챙긴 교수도

  • 입력 2005년 3월 21일 22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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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개업 의사와 한의사들이 돈을 주고 박사학위를 사고 있다는 의혹(본보 1월 28일자 A8면 보도)이 검찰 수사 결과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전주지검이 지난달부터 전북 지역 의대, 치대, 한의대 대학원의 박사학위 취득 과정에 대한 수사를 벌인 결과 일부 교수들이 ‘학위 장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교수는 박사과정에 등록한 개업의들에게 수업이나 실험에 참석하지 않아도 되도록 편의를 봐 주고 논문을 대신 써 줬으며, 박사학위 논문 한 편당 500만∼2000여만 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부 교수는 그동안 수십 편의 박사학위 논문 지도를 하면서 억대가 넘는 금품을 받기도 했다는 것.

검찰은 이르면 다음 주에 받은 돈의 액수가 상대적으로 크거나, 돈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일부 교수들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은 지난달부터 전북대, 원광대, 우석대 등 의대, 치대, 한의대가 있는 대학으로부터 최근 3∼5년간 배출된 박사학위자 명단과 수업 및 실습 출석부 등을 제출받아 정밀조사를 해 왔다.

검찰은 그동안 30∼40명의 의대, 한의대 교수들을 소환 조사했으며 이들의 계좌를 추적해 돈이 오간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결과 박사학위를 받은 상당수 개업의는 수업이나 실험에 참여하지도 않았고 교수나 조교들이 대신 작성한 논문으로 학위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

이 때문에 상당수 박사학위 논문이 제목은 다르지만 내용은 같고, 데이터를 조금씩 바꾸었거나 여러 논문을 짜깁기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상당수 논문이 전공과는 무관한 기초의학 분야에 집중됐고, 논문을 많이 쓰는 서울 지역 교수에게서 논문을 사와 돈을 받고 되판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 연루된 교수들은 “의료계의 오랜 관행으로 전국적인 현상이며 개업의들에게서 받은 돈을 실험실습비와 논문 인쇄비, 심사비 등으로 사용했을 뿐 개인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주=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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