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교육현장/만학열 불태우는 검정고시반

  • 입력 2005년 3월 7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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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지난해 검정고시에서 출제된 문제를 함께 풀어봅시다.”

4일 오후 인천 부평구 부평4동 북구도서관 4층 평생교육3실.

2001년 구월중 교장으로 재직하다 정년퇴직한 조동환(66) 씨가 고등학교 과정 수강생 11명에게 국어를 가르치고 있었다.

이 도서관은 2002년 10월부터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 등 3개 과정으로 나눠 검정고시반을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수강생은 대부분 개인사정 등으로 배움의 기회를 놓친 노인들과 중고교를 졸업하지 못한 주부들. 34∼69세에 이르는 다양한 연령층의 수강생 46명이 매주 월∼금요일 오후 도서관에 나와 3시간 30분 동안 국어 수학 과학 사회 등 검정고시 과목을 공부한다.

2003년 20명이 검정고시에 합격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36명이 졸업장을 거머쥐는 등 만학의 꿈을 이뤘다.

“지난 시간에 어디까지 공부했나요?”(교사)

“오늘은 조선시대 토지제도인 과전법에 대해 설명하신다고 했습니다.”(수강생)

같은 시간 평생교육5실에서는 중학교 과정 국사 수업이 한창이다.

검정고시반 강의는 전문직 은퇴자들의 자원봉사 모임인 인천금빛평생교육봉사단 소속 21명이 담당하고 있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모두 60세 이상으로 초중고교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베테랑 교사들.

오랜 기간 교육현장에서 풍부한 경험을 갖춘 이들이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나이가 많은 수강생들도 만족스러워 하고 있다.

교사들은 정기 모임을 통해 교재와 강의내용 등을 협의하고 정부가 매년 4, 5, 8월 실시하는 검정고시 출제 경향을 분석해 교육한다.

중학교 과정을 수강하고 있는 주부 김순자(52) 씨는 “오랜 동안 가슴 한 구석에 묻어두었던 배움의 갈증이 이제야 풀리는 것 같다”며 “수업이 너무 재미있어 새로운 인생을 맞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날 수업을 마친 조 씨는 “수강생들의 배움에 대한 열정이 대단해 검정고시 합격률이 높은 편”이라며 “가르치는 나도 교사로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도서관은 검정고시반 외에도 1998년부터 노인들을 위해 한글교육과 컴퓨터 교실을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032-519-9028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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