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장애인 딸 학업위해 대학 입학”

  • 입력 2005년 2월 28일 19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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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간 딸을 위해 밤낮없이 고생한 아내를 대신해 이제부터는 제가 아이의 손과 발이 돼야죠.”

주위 사람의 도움 없이는 움직이기 힘든 장애인 딸의 대학생활을 돕기 위해 50대 아버지가 고교를 졸업한 지 30여 년 만에 딸과 같은 대학, 같은 학과에 입학했다.

28일 열린 충북 청원 주성대학 2005학년도 신입생 입학식에서 이 대학 청소년문화복지과에 딸 주영(朱榮·25·지체장애 1급) 씨와 함께 입학한 최대성(崔大成·56·청주시 상당구 용암동) 씨. 학교 측은 최 씨를 근로장학생으로 선발해 매달 장학금을 주기로 했다.

1971년 고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다 지난해 명예퇴직한 최 씨는 대학에 합격한 딸의 등록을 위해 이달 초 학교에 갔다가 ‘05학번 새내기’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주영이는 휠체어를 타야만 움직일 수 있는데 대부분의 시설이 주변의 도움 없이는 움직이기가 어렵게 돼 있더군요. 친구들이 항상 돌봐줄 수도 없을 테고…. 그래서 아예 같은 과에 입학하기로 하고 추가모집에 지원했습니다.”

한국장애인부모회 충북지회장을 맡고 있는 최 씨는 “딸과 함께 장애아교육 등에 대한 전문지식을 열심히 배워 졸업한 뒤 장애아보호시설을 만들어 운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주영 씨는 “환갑을 바라보는 아버지가 나 때문에 대학에 입학하게 돼 죄송하다”면서도 “아버지가 같은 학번으로, 같은 학과에 다니는 새내기는 내가 처음일 것”이라고 좋아했다.

한편 주성대는 주영 씨를 비롯한 장애 학생들의 불편을 없애기 위해 화장실을 개조하고 계단 경사로를 새로 설치하는 등 시설 보수공사를 하고 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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