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영장기각률 높아지는 건 당연하다

  • 입력 2005년 2월 13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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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인삼을 국산으로 속여 판 상인 17명 가운데 13명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검찰이 내놓은 항의문건을 보면 검찰의 구속수사 관행이 뿌리 깊은 것임을 보여준다. 이 문건은 ‘일단 전원을 구속했다가 개별적인 사안에 따라 구속적부심이나 보석제도를 통해 석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구속수사 원칙을 표방했다. 그동안 법무부와 대검이 거듭 천명한 불구속 수사 원칙을 무색하게 한다.

수사 및 형사재판 절차에서 피고인의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없으면 불구속이 원칙이다. 그것이 헌법에 명시된 형사피고인의 유죄판결 확정 전 무죄추정(無罪推定) 원칙에도 맞는다. 구속을 처벌처럼 인식해 우선 구속했다가 재판 및 형 집행 과정에서 여러 구실을 달아 풀어주는 관행은 잘못된 것이다. 선진국 사법제도처럼 재판은 불구속을 원칙으로 하고 형이 확정된 뒤 엄격하게 집행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검찰의 항의는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법원의 영장기각률이 높아지는 데 따른 불만의 연장선상에서 불거졌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영장기각률은 14.7%로 전년의 7.8%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것은 피의자의 인권보호를 위해 진일보한 추세라고 평가할 만하다.

농약 잔류량이 많은 중국산 인삼을 판매한 업자들을 일벌백계(一罰百戒)하려는 검찰의 수사의지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검찰이 ‘피의자 17명 중 12명이 여성으로, 눈물을 흘리는 읍소작전이 영장심사에 영향을 준 것 같다’며 영장전담 판사들을 비난한 것은 지나쳤다고 본다. 때로는 피고인이 눈물을 흘리는 정상을 참작해야 하는 것이 법관이다.

영장이 기각된 피의자 중에 죄질이 나쁜 피의자가 있다면 일단 불구속 기소한 뒤 철저하게 공소 유지를 하면 무거운 형을 받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수사와 재판은 불구속이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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