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거리의 남매 거둔 生保者 할머니

  • 입력 2005년 1월 23일 18시 15분


“두 녀석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만이라도 몸이 성해 뒷바라지를 해 줄 수 있으면 좋으련만….”

21일 인천 계양구 작전동 뒷골목의 허름한 1층 단독주택 단칸방.

쪽문을 통해 연결되는 3평 남짓한 부엌 달린 방에서 살고 있는 김순임 할머니(74·사진)가 ‘손녀딸’(초등 6년)에게 가래떡 써는 법을 가르쳐 주고 있었다.

기초생활수급대상자인 김 할머니는 동사무소에서 매달 30여만 원의 생계비를 지원받아 가계를 꾸려가는 형편이지만 혈육도 아닌 남매를 길거리에서 데려와 2년간 키우고 있다.

이들 남매는 결손가정을 뛰쳐나와 길거리에서 방황하다 우연히 김 할머니를 만났다.

김 할머니는 고혈압에다 골다공증까지 겹쳐 몸이 불편하지만 남매의 학비를 대느라 2003년 말부터 온갖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비닐하우스의 상추를 따서 포장하는 일로 일당을 벌고, 틈나는 대로 파지와 빈병을 수거해 한 푼이라도 더 모았다.

그의 이런 헌신으로 중학생 ‘손자’는 학교에서 성적이 상위권으로 오른 데다 지난해 말 모범생으로 뽑히기도 했다.

김 할머니는 “우리 ‘손자’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면 행복을 느낀다”며 웃었다.

그는 “재활용더미에 있던 헌 옷을 손질해 아이들에게 입힐 정도로 어려운 생활이지만 이런 형편보다 공부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에게 학원비를 대주지 못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손자’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줄 것을 우려해 그들의 과거 가정사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말하기를 꺼렸다.

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