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충남교육청서 세쌍둥이 장학금 받은 최옥자 할머니

  • 입력 2004년 12월 29일 20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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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도 몸도 건강하게 커준 손자들이 고마울 뿐이죠. 그렇지만 전문대를 졸업할 때까지 2년간은 마음을 못 놔요.”

28일 오전 10시 반 충남 논산시 강경읍 채산리 최옥자 할머니 집(65). 최 할머니는 세 쌍둥이 손자들에게 장학금을 주러 온 오제직 충남교육감을 맞으며 감회에 젖었다.

“갑자기 손자 세 명을 떠맡으니 살길이 아득했어요. 식당에서 일하며 돈을 벌기 시작했죠. 세 명을 업거나 들쳐 메고 나가 식당 빈방에 놔두거나 한쪽 의자에 기저귀로 붙들어 매놓고 일해야 했어요.”

그의 손자 양육은 손자들이 미숙아로 태어나 인큐베이터에서 생활하던 1986년부터 시작됐다. 며느리가 갑자기 가출한 데다 아들마저 사업실패 후 돌연 집을 나갔기 때문.

하지만 젖을 달라며 울어대는 손자들 때문에 잠시 탄식할 여유조차 없었다. 고된 식당 일로 일부 손마디가 튀어나오는 등 관절염이 심해졌지만 치료 한번 변변히 받지 못했다.

세쌍둥이를 돌보며 식당 일 하기가 쉽지 않아 한번은 주변의 할머니에게 용돈을 주며 도와줄 것을 부탁을 해보기도 했지만 “힘들어서 못 하겠다”며 불과 이틀 만에 그만 두었다.

그럴 정도로 만만치 않던 떼쟁이 세 손자 정한별(강경상업정보고) 두별(강경고) 세별 군(강경상업정보고·18)은 어느 덧 성장해 이번 수시합격에서 각각 전북의 익산대와 원광보건대, 대전기능대에 나란히 합격했다.

두별 군은 사회복지사가 돼 자신처럼 어려운 이웃들을 돕겠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세별 군은 “관절이 아파 끙끙 앓으면서도 찬바람을 맞으며 식당으로 향하는 할머니를 볼 때마다 진한 ‘모정’이 느껴진다”며 “앞으로 돈을 벌면 할머니가 평소 좋아하는 김치를 싱싱하게 드실 수 있도록 제일 먼저 김치냉장고를 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최 할머니는 자신이 번 푼돈으로는 등록금을 마련할 길이 없다며 충남교육청에 도움을 요청하는 편지를 최근 보냈다. 오 교육감은 이날 “역경 속에 손자들을 훌륭하게 키워 주셔서 감사하다”며 장학금 300만 원을 전달했다. 최옥자 할머니 연락처 041-745-6498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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