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가 운영하는 성매매 피해여성 전용쉼터 4곳 중 한 곳에 거주하는 성매매 피해여성 A 씨와 B 씨는 각각 모 전문대의 사회관련 학과와 미용관련 학과에 합격했다.
A 씨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다방에 취업했다가 4년 간 유흥업소 생활을 했으며 선불금 때문에 전남의 한 섬에 팔려가 성매매를 강요받았다.
서울시립 ‘다시함께센터’와 경찰의 도움으로 올해 1월 섬에서 구출된 A 씨는 전용쉼터에 입소한 뒤 자신과 같이 어려운 상황에 처한 성매매 피해여성을 돕고 싶은 마음에 책을 붙잡았다.
“쉼터에 처음 왔을 때는 죽어버릴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치매노인을 상대로 봉사를 하다가 어르신들이 밝은 모습으로 지내는 걸 보고 보람 있게 살아야겠다고 결심했어요.”
4년제 대학에 편입하고 대학원에 진학해 성매매 방지대책관련 분야의 전문가가 될 꿈을 갖고 있는 A 씨는 5월 다른 성매매 피해여성 2명과 함께 국가의 관리 감독 소홀 책임을 물어 국가를 상대로 모두 3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내기도 했다.
B 씨는 17세에 가출한 뒤 10년 넘게 다방과 유흥업소, 집창촌을 전전하다 올해 3월 쉼터에 입소해 각고의 노력 끝에 올여름 대입검정고시를 통과했다.
B 씨는 “후배들을 가르칠 수 있는 피부미용 강사가 되기 위해 준비 중”이라며 “쉼터에 와서 10년 넘게 연락이 끊겼던 가족들과도 재회했는데 자매들 중 처음으로 대학을 가게 돼 어머니가 무척 기뻐하신다”고 말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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