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성폭행]경찰 이번엔 ‘피해자 비하’ 물의

  • 입력 2004년 12월 13일 17시 50분


코멘트
경남 밀양지역 고교생들의 10대 여학생 집단 성폭행 사건 수사과정에서 경찰이 피해자 인권보호를 소홀히 해 비난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담당 형사들이 노래방에서 피해 여학생을 비하하는 말을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울산지역 여성단체로 구성된 ‘집단 성폭행 사건 대책위원회’ 대표와 피해자 A 양(14·중3)의 가족 등 7명은 13일 오전 남기룡(南基龍) 울산남부경찰서장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

가족 등에 따르면 이번 사건담당 형사 4명은 만취 상태에서 8일 오전 5시경 울산 남구 달동 모 노래방에서 도우미 여성에게 피해자의 실명을 거론하며 “○○○와 닮아 밥맛 떨어진다”는 등의 말을 했다는 것.

당시 노래방 도우미였다고 밝힌 한 여성은 8일 낮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게시판에 ‘딸기사랑’이란 ID로 ‘담당 형사가 피해자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하하는 말을 해 큰 충격을 받았다’는 글을 올렸다.

울산지방경찰청은 13일 진상조사에 착수해 ‘노래방 폭언’이 사실로 밝혀지면 중징계하기로 했다.

경찰은 또 피해자 인권보호를 소홀히 한 책임을 물어 울산남부서 하백종 형사과장 등 간부 2명을 인사 조치했다.

한정갑(韓正甲) 울산경찰청장은 “여경을 배치 안 한 것과 경찰관 폭언 등 수사과정에서 미흡한 점에 대해 사과 드린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한편 여성부는 이날 조사단을 울산에 보내 울산시 관계자와 여성단체 대표 등을 만나 피해자 인권보호를 소홀히 한 경위 등에 대해 진상조사를 벌였다.

국가인권위원회도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인권침해 행위에 대해 직권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