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빌린 돈은 갚지마라' 저자, 책대로 사기극

  • 입력 2004년 11월 18일 16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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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린 돈은 갚지 마라'란 책을 펴낸 저자가 자신이 책에 쓴 내용대로 남의 돈을 가로채려다 덜미를 잡혔다.

인천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곽상도·郭尙道)는 2002년 2월부터 2003년 12월까지 2명에게서 11억3000만원을 빌린 뒤 이를 갚지 않고 해외로 도망가는 수법으로 남의 돈을 가로 챈 혐의(사기)로 18일 차모씨(41·경영컨설턴트 대표)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차씨는 2003년 7월 자신의 책을 펴낸 출판사 손모 사장에게 접근해 고율의 이자를 지급하겠다고 속여 5회에 걸쳐 8억원을 빌린 뒤 갚지 않고 그해 12월 30일 중국으로 도망간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앞서 차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신모씨에게 3억3000만원을 빌려 가로챘다.

검찰조사 결과 차씨는 2003년 5월 '빌린 돈은 갚지 마라'와 2002년 9월 '합법적으로 돈을 떼어먹는 방법, 절대적으로 돈 떼이는 방법'이란 책을 펴내 각각 3000부와 2000부를 시중 서점에서 판매한 것으로 밝혀졌다.

차씨는 암에 걸린 처의 건강이 악화되자, 올해 6월 19일 귀국했다가 검거됐다.

검찰 관계자는 "돈을 떼먹고 도망간 경우 긴급성, 변제의사 등을 따지게 되지만 차씨는 자신이 저서를 통해 돈을 변제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고 이를 실행에 옮겼기 때문에 범죄사실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최근 인터넷상에 '거래처 돈 떼어먹는 방법', '할부금융을 이용한 가전대출 사기방법'등의 남의 돈 떼어먹는 방법을 담은 서적들이 소개되고 있다"며 "그러나 그런 내용을 실행에 옮기면 죄가 된다"고 밝혔다.

인천=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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