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法, 非수사기관이 찍은 비디오증언 증거능력 첫 인정

  • 입력 2004년 9월 29일 1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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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성폭행 사건에서 수사기관이 아닌 제3자가 피해자의 증언 내용을 촬영한 경우 증언자가 피해자와 동일인이라는 증명이 있으면 나중에 법정에서 별도로 증언하지 않아도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고현철·高鉉哲 대법관)는 미성년자를 강제추행해 다치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모씨(60)에게 징역 2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13일 확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어린이집 운전사인 김씨는 2003년 5월 말 어린이집에 다니던 J양(당시 4세)과 K양(〃 3세)을 어린이집 2층 방에서 성추행해 상처를 입힌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J양에 대한 강제추행 혐의만 인정해 징역 8월을 선고했으며, K양에 대한 강제추행 및 상해 혐의는 비디오로 녹화된 K양의 진술 내용이 상담자에 의해 유도됐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K양은 자신이 겪은 (성추행) 사실을 연령 수준에 따라 자연스럽게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며 K양의 비디오 진술에 대해 신빙성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K양에 대한 강제추행과 상해 혐의도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6월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2심 판결을 모두 그대로 확정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비디오테이프가 증거능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테이프에 인위적 조작이 없었다는 점이 전제돼야 한다”며 “피해자가 ‘테이프에 나타난 음성과 모습이 나’라고 진술하면 당사자가 진술한 대로 녹음됐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 사건에서 비디오 촬영기사는 문제의 비디오테이프가 원본과 똑같이 복사된 것이라고 진술했고, 피해자들도 이 점을 확인해 줬으므로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전지성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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