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 노조 경쟁자는 중국 노동자”

  • 입력 2004년 9월 15일 18시 29분


경기도가 이달 초순 미국과 일본을 순방하면서 외자 1억4080만달러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경기도의 투자유치단에는 이화수 한국노총 경기지역본부 의장도 참여해 “노사협력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외국 기업인들을 직접 설득했다고 한다. 이 같은 노력은 외국 기업의 투자결정을 이끌어 내고 결과적으로 일자리를 늘리는 데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우리나라의 노사관계가 투자유치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사실은 수많은 외국인이 거듭 확인하고 있다. 툭하면 벌어지는 불법 파업, 경영진에 대한 입에 담지 못할 폭언, 낮은 생산성에 비해 과도한 임금 인상 요구 등이 ‘한국은 투자해선 안 될 나라’라는 인식을 외국인들에게 심어 주기에 이른 것이다.

물론 외국인들의 부정적인 인식은 상당히 과장돼 있다. 과격한 노동운동을 주도해 온 세력은 전체의 12%에 불과한 조직노동자, 그중에서도 일부 노조였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파업과는 무관하게 열심히 일해 왔고 최악의 경우에도 법과 상식의 테두리 안에서 합당한 요구를 해 왔다. 그렇기에 노동계 지도자들이 외국 기업인들을 직접 만나 우리 노사관계의 현실을 바로 알리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는 물리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과격한 분규현장 모습이 CNN 등을 통해 전파되는 속도를 결코 따라잡지 못한다. 결국 시대에 뒤떨어진 일부 노동운동 행태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실업자와 비정규직의 일자리 기회는 계속 중국 등으로 빠져나갈 것이다. 과격 노동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일부 노조세력은 “우리 노조의 경쟁자는 사용자가 아니라 중국 노동자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이 의장의 말을 곱씹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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