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대 파생상품거래 190억 수익 10명 기소

  • 입력 2004년 9월 5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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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원대의 파생금융상품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190억원의 ‘수익’을 나눠 가진 금융컨설팅 직원과 외국계 은행 간부 등 10명을 검찰이 형사처벌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주철현·朱哲鉉)는 파생금융상품 발행 과정에서 거액의 금품을 챙긴 도이치은행 상무 황모씨(48)와 금융컨설팅 업체 T사 대표 남모씨(33), 한국철도시설공단 재무차장 정모씨(39) 등 10명을 구속기소했다고 5일 밝혔다.

▽1조원대 파생상품 거래=고속철도(KTX) 건설을 위해 거액의 외자를 고정금리로 도입한 한국철도시설공단은 달러화 가치가 상승할 경우 상환 부담이 커지는 환위험을 피하기 위해 ‘환율옵션스와프’라는 액면 9000만달러, 만기 10년짜리 파생금융상품을 발행했다.

상품내용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계약일인 지난해 12월부터 2014년 5월까지 거래 상대방으로부터 옵션수수료를 6개월마다 받는 대신 2009년 11월부터 2014년 5월까지 달러당 엔화의 환율이 79.8 이하인 경우 농협에 일정금액을 지불한다는 것.

농협은 이 거래를 한국철도시설공단과 도이치은행 사이에서 중개 및 보증하는 대가로 380억원의 수수료를 받았다.

▽자문이냐 알선이냐=검찰은 한국철도시설공단-농협-도이치은행 간에 이뤄진 거래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검찰이 문제 삼는 부분은 이 거래가 성사되는 과정에서 금융컨설팅 업체가 끼어서 190억원을 챙긴 부분이다.

검찰 조사 결과 황씨는 이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금융컨설팅업체인 T사를 통해 농협이 거래에 참여하도록 했고 T사는 농협으로부터 190억원을 받아 35억원을 황씨에게 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190억원 중 105억원에 대해 자문료가 아니라 금융기관에 대해 알선을 하고 받은 돈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들은 자문료라고 주장하지만 자문의 실체가 없고 금액이 비정상적으로 크기 때문에 이들이 받은 돈은 알선의 대가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소된 피고인들은 “자문이 없었다면 거래 자체도 없어 수익이 날 수 없기에 이는 정당한 자문료”라고 주장하고 있어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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