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철 뇌물’… 관급공사 담당 공무원 2년간 수억 챙겨

  • 입력 2004년 8월 24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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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철도 고가의 뇌물?’

토목직 6급 공무원 이모씨(49)는 2002년 4월부터 서울시 건설안전본부에서 근무했다. 담당업무는 도로 및 교량 보수공사의 현장감독.

이씨는 이때부터 ‘관급공사를 계속 받을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청탁과 함께 시공사로부터 수천만원의 뇌물을 받아오다 24일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구속됐다.

그가 받은 뇌물은 특이했다. 지난해 10월 서울 노량대교 난간 보수공사 현장에서 시공사 T사에서 받은 뇌물은 난간 교체후 나온 폐 알루미늄 등 고철 21t. 시가로 3300만원어치다. 그는 부인과 매형 등의 명의로 고철처리업체를 운영하면서 고철을 팔아 돈을 챙겼다.

이 업체에서 근무했던 한 여직원은 검찰에서 “지난 2년간 약 30억원어치의 고철을 팔아 40∼50%의 차익을 남겼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중 상당부분이 관급공사 시공사에서 받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씨는 자신의 근무현장에서 고철을 훔치기도 했다. 2002년 9월 건설안전본부가 공터에 보관하고 있던 가드레일 철판과 기둥 등 70t 분량(시가 6500만원)을 11t 트럭 2대에 가득 싣고 나온 것. 범행은 아무도 없는 일요일 낮에 이뤄졌다.

건설안전본부 관계자는 “당시 워낙 많은 고철이 쌓여 있어 도난당했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지난해 8월 골프장 등에서 시공업체 대표 2명으로부터 5차례에 걸쳐 현금 750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그는 갖가지 수법으로 상당한 재산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주말에는 여직원 명의의 고급 외제승용차를 몰고 다녔다. 골프회원권도 있었다. 그의 딸은 뉴질랜드로 유학을 갔다. 유학비용으로만 한 해 5000만원이 송금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성남=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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