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분당~죽전 도로공사 두달째 대치

  • 입력 2004년 8월 9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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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3시반경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무지개마을.

도로 한복판에 쳐진 천막 안에서 이 마을 주민 20여명이 연방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말복 더위의 수은주는 33도. 하지만 콘크리트 도로에서 올라오는 지열(地熱)로 인해 천막 안은 더욱 뜨거웠다.

그럼에도 주민들은 “그들(토지공사측 공사 인부들)이 언제 몰려올지 모른다”며 긴장을 늦추지 않은 채 경기 용인시 죽전지구 방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분당∼죽전 도로분쟁이 10일로 두 달째를 맞았다. 그러나 여전히 뾰족한 해결책이 없어 양측 주민의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죽전지구의 시행사인 한국토지공사는 6월 10일 죽전동과 구미동을 잇는 도로공사를 강행했다. 죽전지구 입주를 코앞에 두고 더는 도로공사를 미룰 수 없었기 때문.

그러나 성남시는 이 도로가 뚫리면 분당 전체의 교통대란이 우려된다며 구미동 주민과 함께 공사를 저지했다.

지난 두 달 동안 토공은 10여 차례나 기습공사를 벌이려 했고, 구미동 주민들은 이를 막기 위해 24시간 감시체제를 유지해 오고 있다. 양측의 충돌 과정에서 뽑힌 나무 10여 그루는 그 사이 바싹 말라 버렸다. 구미동과 죽전동을 가로막고 있는 시멘트 컨테이너는 어느덧 두 지역간 분쟁의 ‘우울한 상징’이 됐다.

문제의 도로는 죽전지구를 관통하는 도시계획도로로 길이 280m 가운데 구미동 구간 7m만이 완공되지 않은 상태다.

6월 30일부터 입주를 시작한 죽전지구(1만8500가구)에는 현재 2000여 가구가 입주를 마쳤다. 이들에게 북쪽 방면이 막혀 있는 왕복 6차로의 도로는 무용지물이다.

양측의 계속된 공방은 고소 고발의 남발로 이어졌다.

성남시는 6월 13일 토공이 도로 관할 지역인 성남시의 허가 없이 도로 공사를 강행했다며 토공을 도로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이에 맞서 토공은 공사를 가로막은 구미동 주민 15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죽전지구 주민들 역시 최근 성남시장을 검찰에 고발하는 등 ‘이전투구’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9일 오후 도로분쟁 이후 처음으로 손학규(孫鶴圭) 경기도지사와 이대엽(李大燁) 성남시장, 이정문(李正文) 용인시장, 김진호(金辰浩) 토공 사장 등이 머리를 맞댔다. 하지만 합의점은 나오지 못했다.

그럼에도 결국 이들의 ‘정치적’ 타협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경기도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단체장이 서로 합의하면 문제가 풀릴 수 있지만 양측 주민의 감정이 워낙 격앙돼 있어 이를 어떻게 해소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분당∼죽전 도로 분쟁 일지▼

6월 10일: 한국토지공사 공사 재개하자 성남시와 분당 구미동 주민 공사 저지

11일: 성남시와 용인시, 토공 등 상대로 벌인 경기도의 중재 협상 무산

13일: 성남시, 토공을 도로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

21일: 경기도, 건설교통부에 도로공사 위법 여부 질의

28일: 건교부, ‘분당∼죽전도로 연결 공사 가능하다’ 유권해석

7월 8일: 토공, 구미동 주민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

8월 3일: 죽전 주민, 성남시장 등 일반교통방해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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