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우리동네가 최고/서구 원창동 ‘세어도’

  • 입력 2004년 8월 2일 21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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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이 따로 있나요. 농약 치지 않고 직접 기른 채소와 주변에서 언제든 잡히는 농어, 숭어, 새우 등을 먹고 마음이 편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영종도로 이어지는 신공항고속도와 강화도 중간에 외로이 떠있는 섬, 세어도(인천 서구 원창동).

이 곳은 인천 도심에서 가장 가까운 유인도지만 섬에서 보면 경기 김포시 대곶면의 드넓은 논밭이 눈앞에 더 가까이 펼쳐져 있다.

최근 이 섬에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980, 90년대까지만 해도 인구가 줄었지만 최근 3가구가 새로 이사를 와 주민이 총 26가구, 46명으로 늘었다.

특히 40, 50대가 이사를 왔기 때문에 60, 70대가 주축이었던 이 곳의 평균 연령이 대폭 낮춰졌다.

5대째 지키는 고향에서 그동안 어린 축에 속했던 최영식씨(65)는 최근에야 비로소 어른 대접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최씨는 “경기가 좋지 않다보니 고기잡이로 생계를 이으려고 외지인이 섬을 찾고 있다”며 “이 곳에서 농어잡이 기술만 제대로 익히면 사는데 별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섬 주민은 여름고기로 일컬어지는 농어를 잡는데 ‘귀신’들이다. 그래서 항간에 “세어도 사람들은 농어 코 고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는 말도 있다.

“7∼9월에 잡히는 농어는 기름기가 넘쳐 최고로 맛이 있지요. 속 물살과 겉 물살의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조류에 맞춰 배를 부단히 움직이면서 낚시 포인트를 잃지 않는 것이 기술이라면 기술이지요.”

주민들은 1t 안팎의 소형 어선 12척을 한꺼번에 바다로 이끌고 나가 공동조업을 하고 있다.

물때를 잘 맞춰야 하기 때문에 농어잡이에 나서는 날 수는 한달에 10일가량 된다. 새우, 숭어 등은 각자 틈틈이 잡고 있다.

이 섬에는 특별한 동네잔치는 없다. 한가한 시간이면 섬 한가운데 마련된 정자에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한담을 나눈다.

또 어획고를 많이 올린 날이면 육지에서 사온 돼지삼겹살 등으로 식사를 함께 한 뒤 간혹 노래방 시설이 갖춰진 마을회관에서 뒤풀이를 한다.

통장이자 어촌계장인 김오현씨(53)는 “할머니들이 캔 조개를 거둬 공동판매를 하고 칼국수만 끓여도 나눠 먹고 있다”며 “주민 모두가 한 식구나 다름없어 집안에 경조사가 생기면 모두 내 일처럼 나선다”고 자랑했다.

이 곳 주민들은 요즘 자립의식이 강해졌다.

그동안 어촌계가 동구 만석부두에 속했으나 5월에 독립시켰으며 앞으로 자신들이 잡은 자연산 어패류를 판매할 수 있는 별도의 어판장을 운영할 계획이다.

또 2km가량 떨어진 수도권매립지의 피해에 대한 자구책도 적극적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통장 김씨는 “2, 3년 전부터 피부질환이나 관절염 등을 앓는 사람이 자꾸 생겨 환경피해영향평가가 정확히 이뤄질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박희제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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