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4년 6월 7일 18시 44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허법’ 공연의 악기는 기존 악기와 아주 다르다. 쓰레기들이 악기로 둔갑한다. 하자 학교의 연습무대에서도 플라스틱 배수관이나 자동차의 바퀴 휠, 플라스틱 드럼통, 나무 등이 악기로 재활용되고 있다. 드럼통을 두드리는 채도 고무판과 플라스틱을 활용해 만들었다. 하자 학교 학생들은 쓰레기장과 재활용센터에서 찾은 폐자원으로 악기를 만들었다. 알루미늄 판으로 만든 실로폰 등 9개의 악기를 10여명이 한꺼번에 연주하면서 몸으로 익히는 음악을 하기도 했다. ‘하자 작업장 학교’의 허법 연습장에는 동네 주민들이 “악기가 왜 이렇게 희한하게 생겼느냐”며 모여들기도 한다.
‘허법’을 한국에 전파한 이는 호주의 스티브 랭턴 부부. 이들은 2002년 경남 산청군 간디학교에서 허법 공연을 한국에 처음 선보였다.
2년 만에 다시 방한한 이들은 12일 오후 8시 하자 작업장 학교 야외무대에서 공연을 펼친다. 하자 학교 교사들이 주축이 돼 결성한 허법 퍼포먼스 그룹 ‘어제 생긴 예술’을 비롯해 다른 대안학교인 난나학교(서울 강북구 수유동) 학생과 일반인 등 40여명이 공연에 나선다.
허법은 춤을 곁들이며 신체를 두드려 소리를 내는 ‘보디 퍼쿠션(Body Percussion)’과 쓰레기로 만든 악기를 연주하는 ‘사운드 플레이그라운드(Sound Playground)’로 구성된다. 허법은 악보 없이 기본적인 리듬만 익히면 연주가 가능해 일반인들과 ‘함께 놀 수 있는 음악’이다.
이번 허법 공연을 기획한 김종휘씨(문화평론가)는 “기존 예술이 관객을 대상으로 표현하는 예술이라면 허법은 일상적 소재를 통해 관객과 ‘소통하는 예술’로 21세기의 새로운 예술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랭턴씨는 “허법은 쓰레기를 음악으로 바꾸면서 생태적인 마음과 예술적 감수성을 동시에 이끌어 내고 자기 몸을 두드려 리듬을 만들어 냄으로써 자아를 발견하게 한다”고 말했다.
‘어제 생긴 예술’은 국내 첫 허법 그룹. 하자 학교 교사와 학생, 인터넷을 통해 스스로 찾아온 일반인 등 15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랭턴씨에게서 허법의 노하우를 전수받았으며 앞으로 국내에서 허법 운동에 나설 계획이다.
‘어제 생긴 예술’의 멤버인 음향엔지니어 장동혁씨(30)는 “악기는 쓰레기로 만들었지만 소리는 자연의 소리에 가깝다”며 “박자가 자유롭기 때문에 한국 고유의 리듬을 가미할 여지가 많아 한국인들에게 좀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법 공연 문의 02-2677-9200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
|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