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사고 화재 아니었다” 변전소 기기 파손된것

  • 입력 2004년 4월 7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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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발생한 대구지하철 방촌역 화재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은 7일 이번 사고가 방촌역사 변전실 내에 설치된 계기용변성기(MOF)가 파손돼 일어난 것으로 결론짓고 대구지하철공사 관계자 등을 불러 조사를 벌였다.

경찰은 2만2900V의 전압을 지하철역 구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110V로 바꾸는 기기인 MOF에 결함이 있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외부 전기전문가에게 분석을 의뢰했다.

경찰과 대구지하철공사의 현장조사 결과 MOF 3대를 둘러싼 특수절연체 ‘몰더’가 파손되고 코일이 타면서 연기와 냄새가 났으나 당시 화재는 발생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방촌역 부역장 김경규씨(55)는 “사고 당시 변전실로 달려가 보니 내부가 연기로 차 있었고 냄새가 났으나 불꽃이 보이지 않아 휴대용 소화기를 사용하지 못했다”며 “화재경보가 떠 역사 천장에 설치된 긴급 진화장치를 작동시켜 5900여L의 이산화탄소가 방출됐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대구지하철공사 측은 화재경보가 발령됨에 따라 양방향으로 달리던 열차 23대의 운행을 전면 중단하고 방출된 이산화탄소가 외부로 배출된 이후인 26분 만에 운행을 재개했다.

이 때문에 퇴근길 승객 1만여명이 지난해 2월 18일 발생한 대구지하철 방화참사의 악몽을 떠올리며 한때 공포에 떨거나 환불소동 등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대구지하철 방화참사가 없었다면 이번 사고는 방촌역 내에서 자체 처리할 수 있는 사안으로 다소 과민 대응한 측면이 있다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경찰 관계자는 “일단 불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열차운행 중단 및 119 신고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될 상황이었다”며 “그러나 지하철 참사를 경험한 지하철공사측의 입장에서는 최대한 안전조치를 취하는 것이 불가피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구=최성진기자 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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