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중경사 가출어머니에 딸소식 1년간 전달 상봉 이뤄

  • 입력 2004년 3월 24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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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이 1년간의 집요한 노력 끝에 자칫 끊어질 뻔한 모녀간의 ‘천륜의 정’을 이어 놓았다.

대전 서부경찰서 동부지구대 김성중(金成中·39) 경사는 자신의 주선으로 최근 12년 만에 재회한 박모씨(41)와 윤모양(19) 모녀를 떠올리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재회가 무산될 뻔한 순간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경사가 쌍둥이 자매의 언니인 윤양으로부터 “11년 전 집을 나간 어머니를 찾아 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은 지난해 2월 중순. 경찰과 행정기관 전산망을 통해 보름 만에 대구에서 재혼해 사는 박씨를 찾아냈지만 문제는 다음부터였다.

박씨가 자신을 무던히도 괴롭혔던 전 남편이 되찾아올지 모른다며 딸들을 만나기를 거부했기 때문. “딸들도 어머니의 뒤를 이어 집을 나와 지금은 아버지의 생사조차 모른다”는 윤양의 말을 전하며 설득했지만 막무가내였다.

김 경사는 어머니를 꼭 만나야 한다는 윤양 자매의 애원을 떨칠 수 없어 거처를 알리지 않고 편지를 중계할 테니 그것만은 허용해 달라고 박씨에게 제안했다.

그로부터 1년 동안 딸들의 편지 10여통과 전화 50여통을 전달받아 꼬박꼬박 박씨에게 전달하고 반응은 되받아 전했다.

윤양 등이 공장에서 잔업을 끝낸 뒤 자정 넘어 전화를 하는 바람에 부부싸움도 여러 번 했지만 행여 어려워할까봐 내색 한번 하지 않았다. 생일날을 맞아 ‘어머니 생일축하 전화 한 통 받고 싶다’는 말을 전하며 남몰래 눈물도 흘렸다.

좀처럼 감정의 변화를 보이지 않던 박씨는 지난달 초에야 마음을 돌이켰다. 딸들도 지친 나머지 “우리 거처를 알면서도 찾아오지도 않고 연락처도 가르쳐 주지 않는 엄마가 싫다”며 포기하려던 참이었다.

모녀는 21일 대구에서 만났다. 박씨가 이런 결심을 한 데는 “끈질기게 모녀의 정을 이어주려는 경찰관을 봐서라도 만나야 한다”는 새남편 안모씨(48)의 격려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경사는 “가출 청소년 등 헤어진 가족은 다시 만나게 해준 이후 그들이 다시 좋은 감정으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더욱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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