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徐전대표 석방동의안 가결]최병렬측 "본회의 상정 않겠다" 에 반발

  • 입력 2004년 2월 9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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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석방돼 서울 국회 본회의장에 나온 서청원 한나라당 전 대표(오른쪽)가 인사를 하고 있다. -안철민기자
9일 오후 석방돼 서울 국회 본회의장에 나온 서청원 한나라당 전 대표(오른쪽)가 인사를 하고 있다. -안철민기자
9일 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 전 대표에 대한 석방요구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됨으로써 정치권 안팎에 상당한 파문이 일 전망이다.

당장 서 전 대표가 당내 비주류의 좌장이란 점에서 한나라당은 격렬한 내홍(內訌)에 휩싸일 공산이 크다. 무엇보다 최병렬(崔秉烈) 대표가 주도하는 공천심사 작업에 대한 편파성 시비는 물론 정국 운영 전략에 대한 공방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주류와 비주류간의 미묘한 갈등 기류는 서 전 대표측이 6일 석방요구 결의안을 냈을 때부터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최 대표측은 서 전 대표측의 결의안 제출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급기야 당 지도부는 9일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당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석방요구 결의안을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날 회의에선 “한나라당이 돈벼락을 맞은 정당이란 부정적 여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고충이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박진(朴振) 대변인은 전했다.

이에 서 전 대표측은 결의안을 먼저 처리해 달라는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을 국회에 내는 등 강력히 반발했다. 상황이 미묘해지자 최 대표는 본회의 직전 자유투표를 하자며 한발 물러섰으나 양 진영의 갈등의 골은 이미 깊어진 상황이다.

특히 서 전 대표측이 당 지도부의 공천심사 방식을 쟁점화하고 나설 경우 공천 갈등이 주류와 비주류간의 세 대결 양상으로 번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서 전 대표의 석방은 검찰 수사의 형평성 논란에도 불을 댕길 전망이다.

서 전 대표측은 자신을 구속한 검찰 수사가 무리한 ‘기획 수사’란 점을 집중 부각시킬 계획이다. 서 전 대표가 이날 오전 서울구치소를 찾은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에게 “나의 구속은 노무현(盧武鉉) 정권의 총선 ‘올인’ 전략에 의한 기획사정”이라며 “나는 불구속 상태에서 결백을 밝히고 싶다”고 토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서 전 대표의 측근인 박종희(朴鍾熙) 의원은 “한화 김승연(金升淵) 회장이 보냈다는 팩스 한 장만으로 도주 우려가 없는 현역 의원을 구속한 검찰 수사는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날 석방요구 결의안 가결에 대한 정치권 안팎의 반발도 거세다. 정치권이 검찰에 구속된 제 식구를 감싸 안기 위해 ‘담합’을 했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 박영선(朴映宣) 대변인은 “국민은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을 심판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검찰 수사에 반감을 가진 당 내 일부 의원들이 결의안에 동조한 것으로 파악되자 역풍을 우려했다. 김영환(金榮煥) 대변인이 즉각 “국민의 법 감정과 정치개혁에 관한 요구를 생각할 때 크게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적 논평을 내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논평을 통해 “검찰의 표적편파 수사 등 행정부의 공권력 남용을 입법부 차원에서 견제하고 저지한 것”이라고 긍정 평가하면서도 여론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한편 이날 오전 서 전 대표를 면회한 YS는 안풍(安風)사건에 대해 계속 침묵했다. YS는 서울구치소에서 기자들이 “강삼재(姜三載) 의원의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거듭 질문을 던졌으나 이에 아랑곳없이 승용차를 타고 구치소를 빠져나갔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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