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지난해 7월에도 여중생 2명 납치됐었다”

  • 입력 2004년 2월 9일 16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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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96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된 엄현아양(15·경기 포천시 소흘읍)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지난해 발생했던 또 다른 여중생 납치사건 용의자 추적에 나서는 등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최근 경기 포천시에서 40대 여성 보험설계사가 실종된 사건이 발생해 주민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수사 착수=경찰은 지난해 7월 중순 포천 소흘읍 송우리에서 여중생 2명이 20~30대 남자 3명에게 납치됐다 풀려난 사실을 최근 확인하고 이들의 신원을 파악하고 있다.

조사결과 이 남자들은 '아빠를 잘 안다'고 접근해 여중생들을 승용차에 태워 동두천으로 끌고 가 하얀 가루약을 탄 술 1~2잔을 강제로 먹였으나 별다른 폭행 없이 풀어주었다.

경찰은 여중생들의 진술을 토대로 비슷한 인상착의를 가진 남자들의 신원 파악에 나섰다.

경찰은 또 엄양의 유류품 등이 발견된 지점 일대에서 대대적인 탐문 수사와 함께 이 일대에서 실종 당일 이뤄진 휴대전화 통화 내역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9일 엄양의 시신을 부검했으나 훼손이 심해 정확한 사망원인이나 성폭행 여부 등이 가려지지 않았다. 경찰은 유전자 감식을 통해 발견된 시신이 엄양 인지도 정확히 가릴 예정이다.

▽커져가는 의문점=엄양이 언제 살해됐는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실종 당일에 살해된 것이 아니라면 이목이 뜸한 공간에서 머물렀을 가능성이 높고 목격자가 나올 수도 있지만 아직은 실마리가 없다.

유류품이 2곳에서 나뉘어 발견됐고 시신 발견 장소와 떨어져 있는 것도 시신과 유류품이 한 곳에서 발견되는 통상의 살인사건과 다르다.

범인 2명 이상이 분담했을 가능성과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계획적으로 유류품을 분산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시신의 손발톱에 매니큐어를 칠하고 엄양의 소지 물품 중 옷가지와 지갑만 발견되지 않은 것도 의문이다.

▽새로운 실종 사건=엄양의 집과 인접한 포천시 소흘읍 송우리에 사는 보험설계사 A씨(47·여)가 지난달 20일 실종됐다. A씨는 이날 오후 1시 팔순 노모로부터 "아침도 굶고 갔는데 어서 와서 밥 먹으라"는 전화를 받고 "금방 집에 가서 식사할테니 기다리라"는 말을 한 뒤 연락이 끊겼다.

그의 휴대전화는 실종 당일 오후 6시49분 인적이 드문 강원 화천군 사내면 광덕고개에서 전원이 끊긴 것으로 확인됐다. 그가 타고 나간 흰색 아반떼 승용차도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A씨의 언니는 "동생은 아들과 기도원에 가기로 약속하는 등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가출할 이유가 없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8년째 보험설계사로 일하며 소속 회사 내에서 최상위급 소득을 올리고 있으나 검소한 생활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형사들을 화천으로 보내 현장조사를 벌였으나 별다른 단서를 잡지는 못했다.

포천=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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