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중상자 뒤바뀌다니' 경찰돕던 시민가족 장계직전 발견

  • 입력 2004년 2월 9일 06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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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요청으로 수사에 동원됐다 숨진 민간인과 중태에 빠진 민간인의 신원이 뒤바뀐 채 발표돼 해당 가족들이 반발하고 있다.

경찰은 4일 오후 6시5분경 경기 구리시 사로동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에 있던 이모씨(40)의 컨테이너 차량에서 불이 나 박모씨(33)가 숨지고 오모씨(32)가 전신 3도 화상을 입었다고 5일 밝혔었다.

이들은 경찰청 김모 경사(49)의 지시에 따라 금괴나 마약 등 밀수품이 있을 것으로 보고 이 차량 내부를 수색하기 위해 라이터를 켰다가 컨테이너 안에 남아있던 산소에 불이 붙으면서 변을 당했다.

그러나 박씨의 가족이 장례에 앞서 시신을 확인한 결과 숨진 사람은 오씨이며 중태에 빠진 사람이 박씨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오씨의 혈액형은 O형인데 중태에 빠진 사람의 혈액형이 A형인 점을 수상히 여긴 오씨의 가족이 시신을 살펴보다 다리에서 철심을 발견하는 바람에 이 같은 사실이 밝혀진 것.

오씨의 가족은 “○○이 11년 전 교통사고로 다리에 철심을 박았다”며 “시신의 다리에서 철심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숨진 사람은 ○○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장례를 치르기 직전 이를 알게 된 박씨의 가족은 “경찰이 민간인을 동원해 수사한 것도 모자라 희생자를 뒤바꿔 더 큰 상처를 줬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에 함께 동원된 다른 민간인들에게 여러 차례 확인한 결과 박씨가 숨진 것으로 알았다”며 “9일경 지문 감식 결과가 나오면 사망자와 부상자가 뒤바뀌었는지를 확실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구리=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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