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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1월 25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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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 수험생의 항변=25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종로2가 지하철 1호선 종각역 1번 출구 앞. ‘3’자가 적힌 종이를 든 수험생과 학부모 3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인터넷에 결성된 ‘3번 정답자들의 오프라인 결사대’(cafe.daum.net/threeanswer) 소속 수험생과 학부모 회원.
이들은 복수정답을 인정한 평가원의 결정을 성토했다.
경기여고 3학년 조혜헌양(18)은 “평가원은 이미 발표한 정답에 큰 오류가 없다면 단일 정답을 고수해야 한다”면서 “수시모집에 합격하고도 수능에서 미묘한 차이로 불합격되면 누가 책임지느냐”고 항변했다.
이날 집회에는 이 문제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반영한 듯 50여명의 취재진이 모였다.
▽“법적 대응할 것”=3번 정답자들은 “평가원이 다수 수험생의 논리에 밀려 원칙을 망각하고 복수정답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하며 법적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인터넷 카페 ‘언어영역 17번은 3번이 맞습니다!!’(cafe.daum.net/right173)의 운영자인 안양 부흥고 3학년 최인호군(18)은 “많은 언어영역 전문가들이 5번은 ‘매력적인 오답’이라는 의견을 밝혔다”고 주장했다. 그는 “법적 대응과 평가원에 대한 감사청구 등을 위해 회원 부모 중 법률전문가를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수생 안지윤양(19)은 “수능에서 몇 점 차이는 엄청나다”면서 “이번 복수정답 인정의 여파로 지망대학과 학과를 바꿔야 할 것 같은데 대학마다 다른 유형의 구술면접고사를 실시하고 있어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학부모 김경분씨(46)는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면서 “복수정답을 인정하더라도 3번, 5번에 대해 차등 배점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인터넷 모임 활발=‘언어영역 17번은 3번이 맞습니다!!’의 회원은 24일 200여명에 불과했으나 25일 오후 현재 2000명을 훌쩍 넘어섰다. ‘3번 정답자들의 오프라인 결사대’에도 이날 오후 현재 350여명이 가입했다.
수험생 네티즌의 항의가 빗발쳐 이날 오후 평가원 홈페이지가 일시 다운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교육단체의 반발=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는 25일 “수험생과 학부모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교육부와 평가원은 다른 문제에 대해서도 재검토 과정과 처리 경위를 상세히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수능 출제 과정의 실상과 문제점 규명 △책임자 문책 △평가원의 폐지나 역할 재정립 등을 주장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오답 시비와 출제위원 명단 유출, 지문 유출 등 논란이 진정되지 않고 있다”면서 “‘고교 졸업자격고사 제도’ 등 근본적인 대입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기 위해 국민 여론을 수렴하자”고 제안했다. 한편 이날 윤 부총리는 “내년 신학기 이전에 수능에 대한 전반적인 시스템 문제를 종합 점검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평가원 석연찮은 복수정답 판정▼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복수 정답 사태가 빚어진 과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평가원은 수능이 끝난 뒤 일부 대학교수와 수험생들이 언어영역 17번 문제에 대해 정답 시비를 제기하자 “수능 출제위원으로 참여하지 않은 교수 3명에게 검토를 의뢰한 결과 ③번이 맞다고 답변했다”며 문제를 덮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수험생들의 반발이 가라앉지 않자 평가원은 뒤늦게 관련 학회에 재검토를 의뢰했다. 검토위원 7명 가운데 4명은 ‘③번이 정답’, 2명은 ‘③번이 정답이나 ⑤번도 가능’, 나머지 1명은 ‘⑤번이 정답’이라는 의견이 나오자 평가원은 고심 끝에 복수정답을 인정키로 했던 것.
이에 대해 해당 문제의 출제위원은 물론 평가원 내부 인사들도 ‘복수 정답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과정으로 미뤄볼 때 평가원이 전체 수험생 답안지를 분석한 뒤 ③번보다 ⑤번을 선택한 수험생이 압도적으로 많자 집단소송 등을 우려해 ‘여론조사식’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평가원에 따르면 전체 수험생 가운데 70%가, 상위 50% 이상 수험생의 82%가 ⑤번을 선택했다.
평가원은 복수정답을 인정해 70%의 수험생에게 환호를 안겼지만 그 사유를 명확히 설명하지는 않아 당초 정답인 ③번을 맞힌 일부 수험생에게는 분노를 샀다.
이에 대해 평가원은 “검토위원단과 자문위원단의 의견을 종합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만 해명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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