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 부안주민 설득 총력 기울일 때

  • 입력 2003년 11월 21일 18시 49분


코멘트
원전수거물관리시설(방폐장) 건립에 반대하는 부안군민의 시위가 ‘민란’에 가까운 양상으로 치달아 걱정스럽다. 시위현장에 화염병과 위험한 농기구까지 등장한 부안사태를 바라보는 국민은 불안하다. 독재권력이나 국가폭력에 저항하는 것도 아닐진대 어쩌다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됐는지 참으로 안타깝다.

하루빨리 냉정과 평온을 되찾아 평화롭게 사태를 해결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외지에서 온 각종 단체 사람들은 이제 뒤로 한발 물러나 부안군민이 찬성과 반대 의견을 함께 듣고 스스로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지역의 평온이 회복되고 합리적 토론이 가능해져야만 ‘핵폐기장 백지화 범부안군민대책위’가 요구하는 주민투표도 성사될 수 있지 않겠는가.

부안에서 활동하는 각종 단체들은 4개월여 동안 수많은 집회와 시위를 통해 방폐장 반대논리를 홍보할 기회를 가졌다. 이에 비해 방폐장의 안전성과 지역발전 기여도에 대해 설명할 기회는 봉쇄되다시피 했다. 부안을 제외한 전북도민들은 지역발전의 호기라는 판단에 따라 찬성 여론이 훨씬 우세한 것으로 조사됐다. 위도 주민도 대부분 찬성한다고 한다. 군산에서는 방폐장 유치운동을 벌이다 활성단층이 발견되는 바람에 좌절돼 지금도 아쉬움을 토로한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는 오늘의 부안사태를 부른 책임을 결코 면할 수 없다. 막중한 국책사업을 한국수력원자력㈜이라는 공기업에만 맡겨 놓는 식의 안이한 자세로는 부안주민의 불신만 키울 뿐이다. 고건 국무총리는 주민투표와 관련해 “연내에 실시할 수 있다”고 했다가 하루 만에 “주민투표법이 제정되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조성돼야 가능하다”고 말을 바꾸었다. 정부 안에 치밀하고 유기적인 대응책이 없음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정부는 전력 생산을 위한 국책사업이 더 이상 표류하며 혼란을 일으키는 일이 없도록 총력을 기울여 주민 설득에 나서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