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최병렬 대표, 검찰 압박 옳지 않다

  • 입력 2003년 10월 24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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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송광수 검찰총장에게 “당의 계좌를 계속 조사한다면 명백히 대통령 지시에 따라 야당의 대통령선거 경비 전체에 대해 추적하는 것으로 보겠다”고 말한 것은 검찰 수사에 대한 부당한 압력이란 비난을 면키 어렵다. 한나라당이 초기에는 발뺌으로 일관하다가 100억원의 실체가 드러난 지금 계좌추적을 하지 말라고 압박하는 것은 수사를 하지 말라는 요구나 마찬가지다.

최돈웅 의원이 SK에서 받은 100억원은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놓고 보더라도 선거관리위원회에 보고하지 않은 불법 선거자금임이 명백해졌다. 검찰이 SK비자금이 한나라당에 전달돼 어떻게 쓰였는지를 수사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계좌추적을 해야 한다. 더욱이 100억원의 일부가 사적으로 사용된 혐의까지 포착됐다고 하지 않는가. 검찰의 계좌추적에 대해 뚜렷한 근거 없이 ‘대통령 지시’ 운운하는 것은 검찰조직에 대한 모욕이고 정치 쟁점화하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한나라당은 SK비자금 사건을 정치개혁의 전기로 삼기 위해 여야의 총선 대선 자금을 특별검사제를 통해 모두 공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검찰의 철저한 검증을 거쳐 진상을 규명한 뒤 제도개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른 순서다.

안대희 대검 중앙수사부장도 “국회나 당은 국민의 대표기관이고 함부로 수사하지 않는다”고 공언하는 만큼 일단 검찰 수사를 지켜보는 것이 정도다. 검찰 수사가 미진하거나 편파적이라고 판단되면 그때 가서 특별검사제를 제의할 수 있다.

검찰은 한나라당은 물론 SK에서 대선자금을 받은 우리당 이상수 의원, 대통령 측근 최도술씨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수사해야 한다. 한나라당이 대통령 측근과 여당 쪽은 적당히 하고 야당만 잡으려 한다는 우려를 갖게 해서는 안 된다. 계좌추적 또한 SK비자금 수사에 국한해야지 정상적인 야당의 정치활동과 관련해 포괄적인 계좌추적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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