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왕쇠똥구리를 복원하라

  • 입력 2003년 10월 7일 22시 36분


‘마음껏 먹고 즐기며 월급도 꼬박꼬박 받고….’

충남 태안군 원북면 신두리 천연기념물 제431호인 사구(砂丘·모래언덕) 주변 농가의 한우 두 마리가 40여일 째 이처럼 팔자 좋게 살고 있다.

민간 환경단체인 ‘푸른 태안21’이 지난달 초부터 왕쇠똥구리 복원사업을 위해 사구에 이들 한우를 긴급 투입했다.

왕쇠똥구리는 머리 앞쪽과 앞다리에 돌기가 달린 몸길이 20∼25mm인 검정색 딱정벌레목 쇠똥구리과 곤충으로 오염되지 않은 쇠똥을 먹고 산다. 신두리 사구는 왕쇠똥구리 집단 서식지였다.

하지만 왕쇠똥구리는 한우 방목이 줄면서 먹이인 쇠똥이 사라지자 점차 개체수가 줄어들기 시작해 1999년 8월 태안군에 폭우가 내린 이후 발견되지 않고 있다.

‘푸른 태안21’은 왕쇠똥구리가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주식(主食)인 한우 배설물이 필요하다고 보고 인근 농가를 물색, 2∼3년생 한우 두 마리를 확보했다.

이들 한우는 사구 여기 저기를 돌아다니며 잡풀을 실컷 뜯어먹고 배설하는 일을 하며 월급을 30만원씩 받고 있다. 좀처럼 구하기 힘든 여물과 풀만을 먹고 자란 ‘귀한 몸’이기 때문이다. 항생제 등이 배합된 사료를 먹고 자란 소의 배설물에서는 왕쇠똥구리가 서식하지 않는다.

푸른 태안21은 올해 말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없으면 여물과 풀만 먹고 자란 한우를 10여마리 더 확보해 사구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 단체 임효상(林孝相) 위원장은 “신두리 사구의 명물인 왕쇠똥구리를 반드시 복원하겠다”면서 “몽골 초원에 사는 왕쇠똥구리의 알을 가져다 부화하는 방법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안=지명훈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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