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법원 국감장소 번복]‘검찰 길들이기’ 오해 살까봐…

  • 입력 2003년 9월 2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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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2일 전체회의에서 검찰과 법원에 대한 국정감사 장소를 다시 변경함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그 배경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여야 간사가 수도권 검찰과 법원에 대한 국정감사를 국회에서 실시하기로 합의한 것은 지난달 29일. 이 같은 사실은 1일 처음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인 2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국감장소를 국회에서 해당기관으로 장소를 다시 바꿨다.

이런 ‘오락가락’행보에 대한 가장 설득력이 있는 분석은 국회에서 국정감사를 하는 것을 두고 ‘검찰 길들이기’라는 비난 여론이 확산된 것에 의원들이 놀랐기 때문이라는 것.

2일 법사위 소속 여야 의원 8명은 전체회의 시작 전 법사위원장실에 모여 국정감사 장소 변경 결정을 번복하기로 의견 조율을 했다. 법사위 전체회의 시작 시간이 당초 예정됐던 오전 10시에서 1시간가량 늦춰진 것도 이 때문이다.

한나라당 최병국(崔炳國) 의원은 “여야 의원들간에 많은 대화를 나눴다”며 “전체회의에서 여야 간사가 장소를 변경하려 한 취지를 설명한 뒤 법사위원장이 의견 정리를 하는 식으로 의견 조율을 했다”고 말했다.

각 당 법사위원들이 여야 간사간의 합의 과정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한 것도 이처럼 법사위가 보인 혼선의 또 다른 이유로 지적된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미리 간사에게서 설명을 들었더라면 국정감사 장소를 국회로 바꾸는 의견에 찬성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심규철(沈揆喆) 의원은 전체회의에서 “이렇게 갑자기 각 기관(검찰과 법원) 관계자들을 국회로 불러 국정감사를 하겠다고 한다면 어떤 이유를 댄다고 하더라도 국회가 (검찰과 법원을) 정치적으로 길들이려고 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부에서는 여야 간사가 다른 이유 때문에 국정감사 장소 변경을 급하게 추진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일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간사인 함승희(咸承熙) 의원은 “국정감사 장소를 국회로 옮기자는 것은 법률에 따라 국회의 위상을 찾겠다는 것인데, 일부 의원들이 이를 ‘검찰 길들이기’로 오해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함 의원은 또 “해마다 각 기관에 나가서 국정감사를 하는 것에 따른 여러 문제점을 지적하던 의원들이 정작 장소를 국회로 옮기자고 하니까 침묵하거나 다른 소리를 내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법사위원장인 김기춘(金淇春·한나라당) 의원은 “예전에도 국정감사 장소를 국회로 옮기자는 얘기가 조금씩 있었다”며 “그러나 선의라고 하더라도 ‘오비이락(烏飛梨落)’ 격으로 오해를 받아서는 안 되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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