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노형규/부실 통합교육, 장애학생 두번 울려

  • 입력 2003년 7월 31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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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교육은 지금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최근 몇 년에 걸쳐 정부와 특수교육계에서는 장애학생을 일반학교의 비장애학생들과 함께 교육하는 통합교육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통합교육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교육적 통합을 시작으로 자연스럽게 사회통합을 유도하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지만 최근까지도 통합교육 시행에 대한 찬반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통합교육이 교육당국의 실질적 심의나 학계의 검증, 현장의 수용능력 확인 등에 대한 검토와 준비가 부족한 채 외형적으로만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통합수업을 받고 있는 장애학생들이 다른 학생들과 원활히 어울리지 못하거나 수업에서 방치되는 경우가 적지 않으며, 이런 문제로 인해 일반학교로 통합되었다가 다시 특수학교로 돌아가는 장애학생들도 적지 않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통합교육에 대한 사전 준비가 부족해 초래된 당연한 결과들이다.

통합교육은 단순히 장애학생들을 비장애학생들과 합쳐 놓는다고 성사되는 것이 아니다. 장기적인 계획과 제반 여건의 마련 및 관계자들의 이해와 협조가 절실히 필요한 실천의 문제다. 그러나 현행 통합교육은 장애학생이 일반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한 것 이외에는 다른 조치들을 적절히 취하지 못하고 있다.

효과적인 통합교육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첫째, 일반학교 교사들에게 장애학생의 특성과 통합교육의 개념, 그리고 교과별 지도방법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일이다. 현재 통합수업을 맡고 있는 교사들은 필요한 정보와 무기도 없이 전장으로 내몰린 상태다. 통합교육을 받는 학생들의 수가 늘어가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기존의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특별연수 프로그램과 사범대 및 교원대에서 교직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한 관련 교과 개설이 절실히 필요하다.

둘째, 통합교육을 맡고 있는 교사들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교과별 통합교육 프로그램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통합수업의 내용들은 비장애학생들에게 맞추어져 있다. 이러한 내용을 과거와 똑같은 방식으로 장애학생에게 지도한다는 것은 실패감만 줄 우려가 크다. 기존 교과 내용을 준거로 장애학생이 비장애학생과 공유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현장교사들에게 제공하는 교육 당국의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학교에서의 효과적인 통합교육을 위해 장애아동들을 위한 조기 특수교육 및 조기 통합경험의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통합교육의 연령이 낮을수록 학습이나 사회성 측면에서 실효성이 높다는 것은 이미 선진 외국의 경험을 통해 잘 알려져 있다. 더불어 유아기부터의 단계적인 특수교육은 학령기 통합교육을 원활하게 받을 수 있는 기반이 되기 때문에 간과되어서는 안 될 부분이다.

장애학생들 모두에게 통합교육을 시행할 수는 없다. 장애의 유형과 수준에 따라 때로는 기존 방식의 특수교육이 더 효과적인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좀 더 많은 장애학생들이 넓은 장(場)으로 나와 사회공동체의 일원으로 꿈과 희망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분명 특수교육의 목적일 것이다. 더 이상 준비 부족으로 장애학생들의 통합교육 의지를 꺾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노형규 서울대 특수체육연구회 평가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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