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양귀비 藥 쓰려고 재배…" 죄의식 없이 경작

입력 2003-06-17 21:06수정 2009-10-10 16:27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경북 경산시 와촌면에서 농사를 짓는 50대 여성은 축사 옆 자두밭에 양귀비(앵속·아편꽃) 2100포기를 재배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17일 구속영장이 신청된 이 농부는 경찰 조사에서 “가축 상비약으로 사용하기 위해 재배했다”고 진술했다.

포항시 남구 오천읍에 사는 60대 남자는 자신의 집 뒤 텃밭에 양귀비 394포기를 재배하는 것을 경찰이 발견, 입건됐다. 이 남자는 “처가 수년째 간경화를 앓고 있어 진통제로 사용하기 위해 재배했다”고 말했다.

울릉읍 저동 주민 박모씨도 집 옆 텃밭에 양귀비 149포기를 몰래 재배하다 적발돼 입건됐다. 경기경찰청은 17일 양귀비 4500포기를 몰래 재배한 주민 29명을 붙잡아 조사 중이다.

양귀비가 빨강색 또는 흰색 꽃을 한창 피우는 요즘 양귀비를 몰래 키우다 경찰에 적발된 주민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양귀비(楊貴妃,opium-poppy)는 8세기 중국 당나라 6대 황제 현종(玄宗)의 황후이며 최고의 미인이었던 양귀비에 비길 만큼 꽃이 아름답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현종이 양귀비에 빠져 정치를 포기했다면 지금의 양귀비는 삶을 포기하게 만드는 마약으로 변모한 것.

이달 말까지 양귀비 밀경작 특별단속을 펴고 있는 경북지방경찰청은 17일 현재 주민 38명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 또는 구속하고 양귀비 6205포기를 압수했다. 거의 날마다 양귀비 밀경작이 적발될 정도. 경북경찰청은 지난해 이맘때도 39명을 적발해 사법처리했다.

농어촌이나 도시의 건물 옥상 등지에서 양귀비 밀경작이 끊이지 않는 것은 양귀비 열매 등에서 뽑아낸 액즙을 가정상비약이나 가축치료약 등으로 활용하기 때문. 양귀비를 밀경작하다 적발되는 주민들 중에는 ‘죄의식’이 없는 경우가 많다.

양귀비는 열매뿐 아니라 잎 줄기에도 아편성분이 다량 포함돼 있는 마약의 원료. 열매가 익기 전 껍질부분에 상처를 입히면 나오는 흰색 액즙을 말린 것이 아편이다. 아편은 그자체로 중추신경 억제작용이 강할뿐 아니라 모르핀 헤로인 같은 마약의 원료로 사용된다.

경북지방경찰청은 도내 24개 경찰서별로 헬기를 동원하면서까지 양귀비 밀경작을 찾고 있다. 경찰의 단속이 심해지면서 밀경작 장소도 산 속 등 더욱 은밀한 곳으로 파고들기 때문.

고영배(高英培) 마약계장은 “가정상비약으로 소량 재배하는 경우가 많지만 마약으로 불법유통하는 사례도 있다고 본다”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주민들이 있지만 한포기를 재배하더라도 마약법을 엄격하게 적용한다”고 말했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