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 '깡통시장'을 아시나요?

  • 입력 2003년 6월 13일 14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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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리 '깡통시장'을 아시나요?

서울에서 식료품과 잡화를 가장 싸게 파는 곳, 청량리 깡통시장.

동대문구 제기동 경동시장 옆 청과물시장 뒤로 들어가면 정화여중 앞까지 500m 구간에 70여개의 식료품 잡화 도매점이 즐비하다. 음료수 커피 라면 과자 맥주 밀가루 화장지 뻥튀기 등 공장에서 만드는 식료품 잡화는 없는 것이 없다.

가게 앞은 식료품 잡화 박스가 3~4m 높이로 쌓여 있어 마치 성곽을 연상시킨다. 10여평 크기의 매장은 가정집과 연결돼 있다. 가정집 마당도 사람이 다닐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을 제외하곤 온통 박스더미다. 가게 앞 거리는 박스를 옮기는 지게차들로 분주하다.

이곳은 일반 소비자 가격보다 30~40% 정도 싸다. 보통 소비자 가격 3000원인 1.5L짜리 토마토쥬스는 2000원, 소비자 가격 330원 내외인 캔커피는 200원이다. 1.5L짜리 콜라는 1040원(소비자 가격 1300원 내외), 캔 골뱅이는 4100원(소비자 가격 6000원 내외), 캔맥주는 1100원(소비자 가격 1300원 내외). 대체로 할인매장과 비슷하거나 약간 싼 편이다.

물건이 싼 비결에 대해 오씨는 "식료품과 잡화를 대리점이나 공장에서 대량으로 직접 떼오기 때문에 값이 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상인은 "급히 어음을 막아야 하거나 돈이 필요한 대리점에서 출고가보다 싸게 물건을 넘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귀띔했다.

깡통시장의 주요 고객은 지방 도매상, 수퍼마켓, 식당, 술집이다. 간혹 소비자 개인이 와서 사가기도 한다.

청량리 깡통시장의 역사는 3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0년대 경동시장 상인들을 위해 생필품을 싸게 공급하는 가게가 하나둘 생겨났다. 80년대초 가게가 늘어나 시장이 형성됐고 싸게 판다고 해서 깡통시장이란 이름이 붙었다. 그 때부터 90년대 외환위기 전까지 이곳은 전성기를 구가했다. 값 싸기로는 가히 독보적이었다. 그러나 90년대말 대형 할인마트가 등장하면서 이곳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한 상인은 깡통시장의 어제와 오늘을 이렇게 비교했다.

"90년대엔 전국의 도매상 수퍼 주인, 술집 주인들이 다 이곳으로 몰렸습니다. 도매상들은 한번 오면 1000만원어치씩 사갔습니다. 물건 사려는 차량이 너무 많아서 물건을 사서 빠져나가려면 3,4시간이 걸릴 정도였고 물건 대느라 강남 룸살롱 구경도 많이 했죠. 다 옛 얘기고 90년대 10억~20억원대 달하던 하루 매출이 요즘엔 4억~5억원에 불과합니다."

또 다른 상인도 최근 불황으로 매출이 떨어지면서 깡통시장의 위상이 흔들리는 것을 걱정했다.

"90년대말 장사가 잘 될 때, 큰 가게는 하루에 2.5t 트럭 5대 분량을 팔았지요. 그 정도면 하루 매출이 1억원입니다. 중간 규모인 우리 가게도 강남 룸살롱 한 곳에만 오롱차, 녹차, 생수, 마른안주를 매일 1t 트럭으로 1000만원어치씩 공급했었습니다. 그 땐 정말 돈 많이 벌었는데…. 요즘은 작년 매출의 절반도 안 됩니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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