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문터널 버스전복 화재…시민들이 대형참사 막았다

  • 입력 2003년 6월 6일 18시 28분


코멘트
불탄 버스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홍지동 내부순환로 성산방면 홍지문 터널 안에서 사고로 전복된 버스가 불에 탄 채 놓여있다. 권주훈기자
불탄 버스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홍지동 내부순환로 성산방면 홍지문 터널 안에서 사고로 전복된 버스가 불에 탄 채 놓여있다. 권주훈기자
《6일 오전 서울 내부순환도로 홍지문터널 속에서 버스가 전복되면서 화재가 나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한 일이 발생했다. 사고 순간 터널 속은 아수라장이 됐으나 이 와중에도 일부 승객들은 버스의 창문을 깨며 다른 승객들을 구출했고 소화전을 이용해 화재 진화에 나서는 등 시민정신을 발휘해 대형사고를 막았다.》

6일 오전 서울 내부순환도로 홍지문터널 속에서 버스가 전복되면서 화재가 나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한 일이 발생했다.

사고 순간 터널 속은 아수라장이 됐으나 이 와중에도 일부 승객들은 버스의 창문을 깨며 다른 승객들을 대피시켰고 소화전을 이용해 화재 진화에 나서는 등 시민정신을 발휘해 대형사고를 막았다.

이날 오전 9시15분경 서대문구 홍은동과 종로구 평창동을 잇는 홍지문터널(길이 1890m) 중간 800m 지점에서 성산대교 방향으로 가던 25인승 교회 버스가 앞서가던 테라칸 승용차와 추돌한 후 전복되면서 터널 벽을 들이받고 화재가 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불로 버스는 전소됐으며 불은 승용차에 옮겨 붙었다.

뒤집히고… 구조하고… 불 끄고…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홍지동 내부순환로 성산방면 홍지문 터널 안에서 버스가 승용차를 추돌하는 바람에 화재가 발생했다. (1)사고가 난 25인승 버스가 전복되고 있다. (2)버스 뒷문으로 승객을 구출하고 있다. (3)불꽃이 일기 시작한 버스에서 부상자를 꺼내고 있다. (4)시민들이 소방차가 도착하기에 앞서 터널 내부의 소방호스를 이용해 불을 끄고 있다. 연합

테라칸 운전자 김경철씨(33)는 “버스가 뒤에서 달려와 차 뒤를 박고는 벽면에 부딪혔다”며 “추돌 순간 바퀴가 타버렸는지 차가 움직이지 않아 내려서 터널을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이 사고로 숨진 사람은 없었지만 버스에 타고 있던 박모씨(48·여) 등 3명이 중상을 입었다. 또 경미한 타박상을 입거나 연기에 질식된 경상자가 윤모씨(44·여) 등 45명이었다.

불이 나자 연기에 놀란 승객들과 터널에 이미 진입해 있던 차량 운전자 100여명이 ‘대구 지하철 방화 참사’를 떠올리며 차량을 그대로 세워둔 채 터널 밖으로 탈출하는 등 큰 소동을 빚었다.

특히 사고 직후 터널 안에 전기가 나가면서 전등이 꺼지고 환기시설도 작동되지 않아 대형 참사가 빚어질 뻔했다. 사고 직후인 오전 9시19분 터널 안에 전기가 나가자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산하 홍지문터널관리소는 곧바로 발전기를 가동, 비상등은 들어왔지만 환기시설은 가동되지 않았다. 환기시설을 재가동해 유독가스를 제거하기 시작한 것은 정전된 지 19분 뒤였다. 홍지문터널과 정릉터널 사이에 있는 관리소 직원들이 기계실까지 달려가 차단기를 올린 뒤에야 가동됐다. 관리소측은 “정전이 된 원인을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사고 발생 직후 소방차 27대와 소방관 85명이 출동해 본격적인 진화작업을 시작, 불은 40여분 만에 꺼졌다. 경찰은 “핸들이 말을 듣지 않았다”는 버스 운전사 오모씨(66)의 진술에 따라 차량 이상으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1999년 완공된 홍지문터널은 서울에서 가장 긴 쌍굴터널(편도 3차로)이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구조-진화 앞장선 김근수씨 ▼

김근수씨

불길과 연기가 치솟는 사고현장에서 침착하게 승객들을 구하고, 불을 끄려고 나선 사람들은 5060세대였다. 승객 김근수씨(62·서울 성동구 마장동)가 그 주인공.

김씨는 버스가 전복되면서 잠시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나 버스 유리창을 깨고는 구조작업에 나섰다. 대부분이 50, 60대 여성인 다른 승객들은 머리 등에서 피를 흘리며 신음하고 있었다. 사고 차량을 뒤따라오던 승용차에 탔던 이길우(67), 조승택씨(57)도 힘을 보탰다.

승객 대부분을 차량 밖으로 구출하자 이번엔 화재가 발생했다. 김씨는 곧바로 사고지점 반대편의 소화전쪽으로 뛰었다.

불길이 솟아오르는 데도 반대편 차로에는 차량들이 ‘무심’하게 속도를 내며 지나치고 있었다. 김씨는 평소 지니고 있던 호루라기로 지나가는 차들을 정지시킨 뒤 호스를 꺼내 화재지점으로 달렸다. 그러나 호스가 짧아 불이 난 지점까지 닿지 않았다. 근처에 있던 사람들도 김씨를 힘껏 도왔지만 역부족. 불길은 점점 거세졌고, 김씨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이 몸을 피했다. 김씨 역시 차에서 펑 소리가 나며 연기가 심해지자 진화작업을 포기하고 탈출했다.

왼쪽 팔과 목 부위를 다쳐 고려대 안암병원에 입원한 김씨는 “평소 김포에 사는 아들을 만나기 위해 홍지문터널을 자주 지나면서 혹시 사고가 있을까 싶어 소화전 위치를 눈여겨보았다”며 “소화전 호스가 조금만 길었어도 불을 완전히 끌 수 있었을 것이다”며 안타까워했다.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