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경찰청장 직위 해제…5·18 경호경비실패 문책

  • 입력 2003년 5월 21일 18시 41분


정부는 21일 광주 국립5·18묘지 경호 경비 실패의 책임을 물어 김옥전(金玉銓) 전남지방경찰청장을 직위해제하고 후임에 문경호(文京鎬) 경찰청 보안국장을 임명했다. 또 강대형(姜大亨) 경찰청 기획수사심의관을 경찰청 보안국장에 임명했다.

경찰청 임상호(林상鎬) 차장은 “대통령 경호업무가 차질을 빚었다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사태의 심각성과 중요성에 비춰 경찰의 각오를 보여주기 위해 인사조치를 단행했다”고 말했다.

▼경호실장 형님대신 동생이 책임▼

정부가 21일 오후 전격적으로 대통령 경호경비에 대한 책임을 물어 김옥전(金玉銓) 전남지방경찰청장을 직위해제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당초 “경호경비에 대한 과중한 책임을 묻지 않겠다”며 징계가 없을 것을 시사한 바 있다.

또 최기문(崔圻文) 경찰청장도 사건 발생 직후 “감찰 조사를 본 후에 판단하겠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으며 이날 오전까지도 일부 언론에 전남청장에 대한 직위해제 보도가 나가자 “그럴 리가 없는데…”라며 징계에 대한 고려가 없었음을 시사했다.

이 때문에 경찰 내부에서는 “책임이 있다면 대통령 경호의 총책임자인 김세옥(金世鈺) 대통령경호실장이 져야 하는 것 아니냐”며 “동생이 형님 몫을 떠안을 수는 없는 것”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분위기는 오후가 되면서 급변했다.

김 전 청장은 김 실장의 친동생. 동생이 모든 책임을 지게 된 데는 김 실장을 대통령이 직접 임명할 정도로 신임이 두터운 데다 “여론몰이식 징계는 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방침이 작용했으리라는 추측이다.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자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책임자 문책이 필요했고 해당지역 경찰책임자를 문책하는 선에서 무마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징계 수위도 이 같은 정황을 뒷받침하고 있다.

경찰의 징계는 실무진으로 내려갈수록 강도가 세지는 것이 불문율.

이번 경우처럼 지방청장이 가장 무거운 징계를 받고 실무진은 서면경고로 끝나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경찰청 고위관계자는 “경호경비에 문제가 있었다면 초기부터 한총련 학생들을 강제해산 시키지 못한 것”이라며 “그러나 대통령의 코드가 강제해산을 과연 용납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대통령경호실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당시 현장경호 책임자인 경호부장을 경고조치했다.

대통령경호실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사태가 빚어진 데 대해 대통령과 국민에게 고개 숙여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깊이 자숙하고 반성하는 자세로 문제점을 면밀히 분석해 앞으로 유사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경호업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