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관광지 개발 외자유치 또 무산 안면도 표정

  • 입력 2003년 5월 19일 21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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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충남 태안군 남면에서 연륙교를 건너 안면도에 들어서자 도로변 곳곳에는 ‘도유지를 경작 주민에게 매각하라’ ‘충남도는 각성하라’라는 플래카드가 곳곳에서 나부꼈다.

지난 90년 ‘안면도 핵폐기장 처분장 유치’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플래카드가 나붙은 이후 이처럼 많은 구호가 나돈 것은 처음이라는 게 주민들의 귀뜸.

충남도가 안면도 개발을 위한 외자유치 계획이 10년째 표류하면서 최근 또 다른 유치계획이 무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주민들은 실망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

충남도의 안면도 개발계획은 지난 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심대평(沈大平) 충남지사는 민선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인피니티 국제그룹 자본을 유치해 안면도를 세계적인 관광지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결국 사기극으로 끝났다.

최근에는 또 다시 국제 무기 거래상인 아드난 카쇼기가 설립한 알 나스르사(社)로부터 2014년까지 총 34억달러를 유치하겠다고 큰 소리 쳤다가 이 마저 해지됐다고 발표한 것.

10년 가까이 개발 계획에 기대를 걸어왔던 주민들은 “충남도가 한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주민을 우롱했다”며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며 흥분했다.

도의 외자유치 무산소식이 알려지자 안면읍과 고남면의 마을 이장, 새마을지도자, 사회단체장 등 113명으로 구성된 ‘안면도발전협의회’(회장 김 휘)는 주민들의 물질적 정신적 손실에 대한 도의 명확한 입장표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또 주민대표 40여명으로 ‘안면도 관광지 개발 대책위원회’(위원장 강종국)를 구성, △(재산권행사를 제약하는) 국립공원지역 및 수산자원 보호구역의 전면 재조정 △임대 도유지(道有地)를 실제 경작자에게 매각할 것 등을 주장했다.

꽃지해수욕장 인근 방포항에서 회센터를 운영하는 라모씨(54)는 “주민들은 막대한 외자가 안면도에 쏟아 부어지기 보다는 토속자본 및 순수한 국내자본에 의해 천천히 그리고 환경친화적으로 개발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지역 출신인 박동윤(朴東允·55) 충남도의원도 “도 행정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은 깊어질대로 깊어졌다”며 “이제 주민들의 목소리가 행동으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충남도 이명수(李明洙 )행정부지사는 “알 나스르사의 투자 포기는 대내외 환경의 악화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며 “주민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면도 주민들은 “90년 핵폐기물처분장 유치발표에 따른 주민 상처, 97년과 올해의 외자유치 계획 무산에 따른 주민 상처는 모두 심대평 도지사에 의해 비롯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안면도=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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