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비평, 盧 참여정부 위험성 경고

  • 입력 2003년 5월 16일 15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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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계간지 '당대비평'은 19일 발간되는 여름호 특집에서 노무현 정부가 지향하는 참여민주주의 내지 '참여정부'가 내포하고 있는 자가당착과 자기모순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철학)는 노 정부가 국민적 참여를 앞당긴다는 이름 아래 자유주의의 형식과 절차를 생략하고자 하는 욕심과 성급함에 사로잡힌다며 루소나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역사적 선례에서 보는 것처럼 민주주의의 대의와 원칙을 배반하는 자가당착에 빠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특히 최근 화물연대 파업과 한총련 이적단체 규정을 둘러싼 논란을 단적인 사례로 들었다.

그는 노동자가 구조적 약자라는 이유만으로 노조에 관대한 입장을 취한다면 그것은 자유주의의 형식에 대한 심대한 위협이 될 것이며 마찬가지로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규정한 것이 비록 시대에 뒤떨어진 측면이 있다고 해도, 법치주의의 보루인 대법원의 판단을 뛰어 넘으려 하는 것은 자유주의적 절차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형준 동아대 교수(사회학)는 제도와 시스템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은 혁명을 하지 않는 한 불가피한 일이며, 대통령이 그 연속성을 인정한다면 현재의 시공간 내에서 가능한 변화와 가능하지 않은 변화를 가려내고 이를 국민들에게 분명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한미동맹관계의 연속성을 넘어설 수 없는 노 대통령이 후보나 당선자 시절 '미국에 굽신거리지 않겠다'는 자주적 입장을 종종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미국 방문에서는 더 이상 낮출 수 없을 정도로 몸을 낮추는 모습을 그 예로 들었다.

이영자 가톨릭대 교수(사회학)는 프랑스의 미테랑 사회주의 정권이 추진한 '좌파 근대화'가 신자유주의적 병폐인 고용불안정, 실업, 빈곤의 악순환을 초래한 점을 소개하고 노무현 참여정부의 '의도치 않은 위험성'을 경계했다.

다음은 당대비평에 실린 글의 발췌 요약문.

▲윤평중 한신대 교수 <참여 민주주의의의 정치-도덕성…>

윤평중 한신대 교수(철학)는 '참여민주주의의 정치-도덕성과 정치적 책임윤리의 변증법적 긴장관계에 대해'라는 글에서 자유민주주의는 본래 참여민주주의일 수 밖에 없으나 그것은 고대 그리스의 직접민주주의, 루소나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인민주권론에서 말하는 참여와는 다름을 지적했다.

윤교수에 따르면 민주주의는 고대 그리스에 기원을 둔 것으로 '인민의 자기지배'를 목표로 한다. 이에 반해 자유주의는 근대에 들어와 신흥 자본가계층이 구체제(앙시앙 레짐)에 맞서 '개인이 국가에 우선한다'고 선언한데서 출발한다.

오늘날 말하는 자유민주주의는 이후 노동자 계급의 도전을 받게 된 자유주의가 참정권을 가진 시민의 범위를 넓히고 자유의 실질적 내용을 확장시키는 형태로 응전하면서 출현한 것이다. 역사적 자유민주주의는 자유주의의 형식에다 민주주의의 내용을 접합시키는 노력의 연속이었고 처음부터 참여민주주의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윤교수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시민의 자기 지배, 즉 참여라는 민주주의의 핵심적 내용이 자유주의의 형식과 절차를 통해서만 공고화될 수 있다는 역사적 교훈"이라며 "민주주의의 이름 아래 권력분립, 대의체제와 같은 자유주의의 절차와 형식을 뛰어넘으려는 루소나 마르크스주의자 등의 시도는 역사적으로 볼 때 민주주의를 배반하는 자가당착에 빠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윤교수는 "노무현의 참여정부가 경계해야 할 가장 큰 유혹 가운데 하나는 참여를 앞당긴다는 이름아래 자유주의의 형식과 절차를 생략하고자 하는 욕심과 성급함"이라며 최근 화물연대의 파업과 한총련 이적단체 규정을 둘러싼 사례를 거론했다.

그는 "실질적 민주화를 앞당기기 위해서 노동운동이 활성화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법적으로 규정되고 사회적으로 합의된 쟁의의 규칙을 노동자 집단이 현저히 어기는 경우에도 노동자가 구조적 약자라는 이유만으로 노조에 관대한 입장을 취한다면 그것은 자유주의의 형식에 대한 심대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고 "마찬가지로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규정한 것이 비록 시대에 뒤떨어진 측면이 있다고 해도, 학생들에 대한 안타까움의 감정을 앞 세워 법치주의의 보루인 대법원의 판단을 뛰어 넘으려 하는 것은 자유주의적 절차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형준 동아대 교수 <참여의 의미 찾기…>

박형준 동아대 교수(사회학)는 '참여의 의미 찾기 - 성찰적 시민사회론의 관점에서'에서 "제도와 시스템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은 혁명을 하지 않는 한 불가피한 일이며 대통령이 그 연속성을 인정한다면 현재의 시공간 내에서 가능한 변화와 가능하지 않은 변화를 가려내고 분명히 언급해야 한다"며 "이런 구별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대중들에게 가능하지 않은 것을 가능한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고, 대통령을 통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참여의 환상을 심어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미동맹관계의 연속성을 넘어설 수 없는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나 당선자 시절 '미국에 굽신거리지 않겠다'는 자주적 입장을 종종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된 지 3개월 후의 실제 미국 방문에서는 더 이상 낮출 수 없을 정도로 몸을 낮추는 모습을 그런 사례로 거론했다.

박교수는 "정부가 정치적 정책적 행위를 수행함에 있어 대중들의 지지와 호응을 의식적으로 동원하면서 그것을 참여라고 주장할 수는 있지만 이것은 엄격히 말하면 참여라기보다는 동원이라고 해야 할 경우가 많다"며 "파퓰리즘의 위험이란 바로 이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잡초 정치인 논란과 관련해 "잡초 정치인을 판단하고 솎아내는 것은 유권자들의 자율적 정치 행위에 의해 이루어져야지, 대통령이 불특정의 500만명에게 메일을 보내 '교시'를 내리는 것은 온당한 일이 아니다"며 "이것은 국가 경영의 기준에서 수행한 행동이 아니라 정당이나 선거 캠프의 전략 기준에서 이루어진 행동이며 이런 방식의 담론으로는 참여를 통한 사회 통합의 분위기를 형성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영자 가톨릭대 교수 <참여정부 시대의 개혁담론…>

이영자 가톨릭대 교수(사회학)은 '참여정부 시대의 개혁담론과 배제의 사회'라는 글에서 프랑스의 미테랑 사회주의 정권(1981~1995년)이 추진한 '좌파 근대화'가 의도치 않은 결과로서 신자유주의적 병폐인 고용불안정, 실업, 빈곤의 악순환을 초래한 점을 소개하고 노무현 참여정부의 '의도치 않은 위험성'을 경계했다.

이교수는 "좌익 근대화 과정에서 '노동자 자주관리(autogestion)'가 새로운 경영방식으로 부상했는데 이것은 본래 노동의 주체성을 강조하고 개인의 창의성 책임성을 향상시켜 생산성을 한층 높이는 목적을 담은 것이었지만 결국 노동자들간에 더 치열한 경쟁을 유도하고 이들을 기업에 더 철저하게 통합시키는 동원 체제로 전락했다"고 강조했다.

이교수는 또 "미테랑 대통령은 집권 초기에 '차이에의 권리'를 주창하면서 다문화주의를 강조했으나 그 결과는 정반대로 미국의 도시 빈민촌과 유사한 형태의 '인종적 게토'들이 늘어나면서 청소년들의 일탈 범죄와 외국인 혐오주의가 점점 더 심각한 사회문제로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이교수는 결론에서 "지난 정권에서도 보았듯이 겉으로 내세우는 명분과 이름(참여와 개혁)이 그 내용에 걸맞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름을 전유해버린다면, 그 폐해는 오늘의 현실뿐 아니라 미래의 잠재가능성까지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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