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준씨 ＂安-廉씨에 돈줬다＂ 지난달 진술에 검찰 묵살

지난해 ‘나라종금 로비의혹’을 수사한 검찰이 나라종금 대주주였던 김호준(金浩準) 전 보성그룹 회장으로부터 올 3월 ‘안희정(安熙正)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에게 돈을 줬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하고도 이를 묵살했던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이 사건 1차 수사를 담당한 민유태(閔有台·당시 대검 중수1과장) 서울지검 외사부장은 8일 “지난달 20일 검찰에 소환된 김 전 회장이 ‘동생이 요구해 안씨에게 2억원을 줬다’고 말해 ‘그게 말이 되느냐’고 되물었더니 김 전 회장이 ‘그럼 없었던 일로 해달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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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부장은 지난달 31일 공적자금 비리 3차 수사 결과 발표에서도 “김 전 회장이 안씨와 염동연(廉東淵) 민주당 인사위원에게 돈을 줬다는 진술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민 부장은 또 “김 전 회장이 99년 당시 ‘로비를 생각했지만 포기했다’고 말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의 자금 관리인이자 보성 계열 L사 자금이사였던 최모씨가 지난해 6월 검찰에서 “99년 6월 김 전 회장의 지시로 현금 2억원을 쇼핑백에 담아 전달했다”고 진술했으나 김 전 회장의 입출금 내용서에는 실제 돈이 전달된 시점이 ‘99년 7월’로 되어 있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안 부소장이 현금을 전달받은 장소가 호텔 커피모 앞 주차장이라고 주장했으나 최씨는 N호텔 지하주차장에서 전달한 것으로 진술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날 김 전 회장측이 안 부소장과 염 위원에게 돈을 전달했던 시기에 종금사 업무를 담당했던 금융감독원의 김모씨 등 팀장급 2명을 참고인으로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또 지난해 9월 나라종금 불법 대출 사건으로 구속됐으나 지병으로 구속집행이 정지된 안상태(安相泰) 전 나라종금 사장에 대해 출장 조사를 벌일 것을 검토 중이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