康법무 기용에 검찰 충격,“검찰을 실험대상 삼겠다는건가”

  • 입력 2003년 2월 27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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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했는데 진짜가 돼 버렸다.”

27일 노무현(盧武鉉) 정부의 조각에서 여판사 출신의 강금실(康錦實·46·사시 23회) 변호사가 법무부장관에 기용되자 법무부와 대검 간부들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앞으로 검찰의 조직, 문화, 업무 관행에 소용돌이가 몰아칠 것이라며 각자의 신상 및 조직 진로에 미칠 영향을 요모조모 따지며 온종일 일손을 놓았다.

대검의 한 간부는 “검찰을 잘 모르는 인사를 장관으로 앉혀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이유를 정말 모르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무엇보다 사법시험 기수와 서열 문화에 익숙한 검찰 간부들은 “한마디로 문화의 충돌”이라며 인사 및 보고 관행에서 예상치 못한 파격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법무부로부터 시작될 개혁바람이 대검 등 일선 검찰에도 곧 들이닥쳐 검찰 내의 각종 관행과 수직적 조직문화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는 것.

강 장관보다 사시 합격이 9, 10년 앞선 일부 대검 간부들 사이에서 “지금 사표를 던지면 반개혁세력으로 몰려 광풍(狂風)을 일으키는 쪽이 원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어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는 말도 나왔다.

평검사들 사이에는 ‘새 장관 체제에 적응하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다’는 싸늘한 분위기도 감돌고 있다. 일부는 “오히려 법무부와 대검의 관계가 끊어지면서 총장 중심의 강력한 검찰 체제가 정비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상당수 검사들은 강 장관이 검찰 조직을 섣불리 수술하려다가 파열음을 내고 이에 따른 역풍을 검찰이 맞을 수도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특히 노 대통령이 “법무부가 검찰의 이익을 보호하는 기관이었는데 법무부를 독립시켜야 한다”고 말한 대목에 이의를 제기하는 검사들이 많았다.

서울고검의 한 검사는 “장관이 법무부와 검찰 조직을 장악하지 못할 경우 강 장관이 정치권의 메신저 역할에 그치고 이번 인사도 ‘실패한 실험’으로 끝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검찰 내부에서는 “검찰도 대세에 따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차츰 높아지고 있다.

한편 재야 법조계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우위를 점했다. 고려대 법대 하태훈(河泰勳) 교수는 “개혁의 성공을 위해 내부사정을 잘 알면서 검사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인사가 선임됐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강 장관의 개혁 성향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강 장관을 배출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총장 김선수(金善洙) 변호사는 “소신 있는 강 장관이 잘못된 관행을 깨뜨리며 검찰 개혁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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